중동發 고유가에 출근길 혼잡도 150%…정부, 버스·지하철 증편
국토부, 국무회의서 32개 과제 담은 '대중교통 혼잡완화 대책' 발표
공공 승용차 2부제·공영주차장 5부제, 석유 경보 '심각' 땐 민간 확대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앞으로 출퇴근길 버스와 지하철 운행이 늘어나고, 출퇴근 시간을 분산해 이용하면 '모두의 카드'로 최대 30%포인트(p)까지 교통비를 추가로 돌려받게 된다. 정부는 중동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석유 자원안보위기 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된 상황에서, 9개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TF를 꾸려 승용차 감축과 대중교통 혼잡 완화를 위한 4대 분야 32개 대책을 내놓고 즉시 시행에 들어간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출퇴근 대중교통 혼잡완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석유 경보 '경계' 발령 이후 차량부제와 에너지 절약 대책이 시행되면서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통행량은 전년보다 약 4.09% 늘었고, 도시철도 혼잡도 150%를 넘는 구간도 한 달 새 11개에서 30개로 급증했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하고 편안한 출퇴근권을 보장한다는 목표 아래 승용차 이용 억제, 대중교통 공급 확대, 출퇴근 수요 분산, 대국민 캠페인 등 4개 축으로 대응에 나선다.
우선 승용차 이용을 줄이기 위해 공공부문 승용차 2부제(홀짝제)와 공영주차장 5부제를 4월 8일부터 시행 중이다. 석유 자원안보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될 경우 민간까지 부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부제 이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부제 참여 차량을 대상으로 한 자동차 보험료 할인 특약 상품을 5월 안에 출시하고, 공영주차장 주변 불법 주정차에 대한 집중 단속도 병행한다. 교통유발부담금 감면제도를 활용해 재택근무·시차출근 등 차량 감축 노력을 적극 인정하도록 감면 기준을 유연하게 손질하고, 민간에도 감면 혜택이 충분히 돌아가도록 제도 개선에 나선다.
대중교통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출퇴근 시간 혼잡이 심한 구간부터 광역·도시철도와 광역·시내버스 운행을 늘린다. 정부는 이미 선제조치로 서울 시내버스 196개 노선과 신분당선 정자~신사 구간을 각각 하루 4회씩 증회했다. 석유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 원유 수급 상황과 타 운송수단 파업 여부 등을 고려해 도시철도와 시내버스에 대한 집중 배차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포골드라인과 서울 4·7·9호선 증차에는 2029년까지 국비 409억 원을 지원하고, 국산 무선통신 기반 열차제어(CBTC) 기술을 도입해 열차 간격을 단계적으로 줄여 출퇴근 시간 대기와 혼잡을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출퇴근 수요 분산을 위해서는 '모두의 카드'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정부는 4월부터 모두의 카드 정액제 환급 기준을 절반으로 낮추고, 출퇴근 전후 지정된 시차 시간대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정률제 환급률을 30%p 인상하기로 했다. 대상 시차 시간대는 오전 05시30분~06시30분·09시~10시, 오후 16시~17시·19시~20시 네 구간이다. 이용자가 혼잡 시간대를 피해 이 시간대에 버스·지하철을 타면 기존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교통비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되는 구조다.
근무제도 조정도 병행된다. 이미 정부·지방정부·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차출퇴근과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권고하고 있으며, 이번 대책 발표와 동시에 공공부문 시차출퇴근 비율 30% 적용을 권고한다. 석유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 공공부문 시차출퇴근 권고 비율을 50%로 높이고 재택근무를 적극 권장하기로 했다. 다만 우편·청소 등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업무는 기관 사정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민간 부문에는 유연근무제를 의무화하기보다 노동부·국토부 합동 간담회, 유연근무 가이드라인, 장려금·컨설팅 제공 등을 통해 자율적인 참여를 이끄는 방식을 택했다.
정부는 대책의 현장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광역·시내버스, 도시철도 소관 전국 지방정부와 운송사들이 먼저 자체 점검을 실시하도록 했고, 5월부터는 국토부·지방정부·전문가가 함께하는 합동 현장점검으로 불편 사항을 점검해 보완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가칭 'AI 기반 교통카드 시스템'을 구축해 시간대·노선별로 유연한 요금 적용이 가능한 민간 시스템을 개발하고, 환승센터 확충과 퍼스널모빌리티(PM) 등 공유 이동수단 활성화를 통해 환승 편의와 보행 환경도 함께 개선한다. 국토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복지부 등은 방송·전광판·철도역사를 활용한 대국민 캠페인으로 대중교통 이용과 차량부제, 걷기 확대 동참도 유도할 계획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도시철도와 버스 증차, 모두의 카드 혜택 강화 등 오늘 대책에 담긴 과제들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관계부처와 지방정부가 힘을 모아 출퇴근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현장을 지속 점검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과 걷기에 적극 동참해 에너지 위기 상황을 함께 극복해 달라"고 당부했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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