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 70% 추진…전세사기 막고 '주거 사다리' 흔드나

고전세가율 비아파트, 상한 70% 땐 '보증 사각지대' 확대 우려
국토부 "필요성 공감"…속도·대상 따라 전세난 변수

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 ⓒ 뉴스1 구윤성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부가 전세보증 전세가율 상한을 현행 90%에서 최대 70%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전세시장 구조 변화의 분수령에 서게 됐다. 깡통전세와 무자본 갭투기(전세 낀 매매)를 차단하려는 취지지만, 빌라 전세난과 서민 주거 사다리 약화 등 부작용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전세가율 상한 90→70% 구상, HUG 재정·전세시장 동시 겨냥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026년도 주요 업무보고에서 전세금반환보증 요건, 즉 전세가율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현재는 수도권 7억 원 이하, 지방 5억 원 이하 주택에 한해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하다. 이 가운데 전세보증금과 선순위채권을 합한 금액이 집값의 90% 이내여야 한다. 정부와 국회 일각에서는 이 상한을 80%를 거쳐 중장기적으로 70%까지 낮추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세가율을 낮추면 집값 대비 전세 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고위험 물건이 보증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만큼 갭투기 여지는 줄고, 집값 하락 시 보증기관이 떠안을 손실 가능성도 낮아진다. 깡통전세 사고가 반복되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위변제액과 재정 부담이 확대된 점을 고려하면 규제 강화 필요성 자체에는 큰 이견이 없다는 평가다.

전세보증 70% 땐 빌라 전세 상당수 보증 사각지대

다만 보증요건 강화는 시장의 '안전판'을 줄이는 조치이기도 하다. 고전세가율 구간의 보증 상당 부분이 아파트가 아닌 빌라·다세대·지방 주택에 집중돼 있어, 상한이 70%까지 낮아질 경우 이들 물건이 대거 보증 사각지대로 밀려날 수 있다.

임대인은 후속 전세로 기존 보증금을 모두 충당하지 못하면 부족분을 현금으로 메워야 한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집주인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급매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전세 매물은 줄고 월세 비중은 확대돼 전세난과 주거비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HUG 연구에서도 2023년 전세보증 가입 요건 강화 이후 연립·다세대의 월세 비중은 17.8%p, 단독·다가구는 13.0%포인트(p) 증가한 반면, 아파트는 1.5%p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신혼부부·저소득층이 빌라 전세를 통해 '내 집 마련'으로 이동하던 경로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점도 정책 설계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출입문에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 뉴스1 장수영 기자
국토부 "전세보증 70% 필요"…시장 충격 최소화 관건

이처럼 전세보증 전세가율 조정이 시장과 실수요자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적용 속도와 보완책 설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세금반환보증 전세가율을 단계적으로 낮추더라도, 위험 지역·유형과 취약계층을 구분한 차등 적용, 보증료 지원, 공공임대 확충 등의 보완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전세사기 방지' 정책이 '주거 사다리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러한 효과와 부작용을 모두 고려해 전세가율 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금반환보증 전세가율을 80%나 70%로 낮출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시장 충격과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가 핵심 과제"라며 "구체적인 시기와 수준이 정해지면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