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에 IP 평가권 부여 논란…감평업계 "업역 침해·이해충돌" 반발

비밀유지권 놓고 변협과도 충돌…"형사 절차 혼란 우려"
"협의 있었다" 발언 논란…감평업계, 허위증언 고발 검토

변리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정보시스템 갈무리) /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변리사의 지식재산(IP) 가치평가 등 감정 업무를 규정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감정평가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법안은 감정 업무의 절차를 명확히 한다는 취지지만, 감정평가사들은 자격 체계 간 충돌과 업역 침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지식재산처 퇴직 후 변리사로…"이해당사자가 제도 개편 추진"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개정안은 발명진흥법에 따른 평가기준 준수 의무와 감정 결과서 제출 의무 등을 규정하는 방식으로 변리사의 감정평가 수행 근거를 마련했다. 변리사 업무 중 감정의 범위와 절차를 더욱 구체화한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유사한 내용의 법안은 2021년과 2022년에도 발의됐으나, 타 자격사의 업무 영역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혀 폐기된 바 있다.

특히 감정평가 업계는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법안을 추진하는 지식재산처 공무원들이 퇴직 후 변리사 시험 일부를 면제받는 구조인 만큼, 사실상 이해당사자가 제도 개편을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지식재산처 출신 변리사는 약 800명에 달하며, 해당 부처 공무원은 퇴직 시 직급과 재직 기간에 따라 1·2차 시험 면제 혜택을 받는다.

감평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논의 과정에서 다주택자를 배제하라고 강조했는데, 정작 지식재산처의 행보는 이와 배치된다"며 "제식구 챙기기를 하는 모습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어려운 문제일수록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숙의해야 수용성이 높아진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는데, 감정평가업계 역시 기술주도성장과 기술기반 산업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 (자료사진) ⓒ 뉴스1 유승관 기자
"관련 협·단체와 협의 있었다" 발언 논란…허위증언 공방까지

논란은 감정평가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 개정안에 포함된 비밀유지권 도입 역시 쟁점이다.

비밀유지권은 변호사와 의뢰인이 소송이나 수사 과정에서 주고받은 정보와 문서를 보호하는 제도다. 앞서 올해 초 변호사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변리사 측은 특허침해 소송 과정에서 전문적 자문을 수행하는 만큼 동일한 권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변리사의 특허침해 관련 민사소송에서 소송대리권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수사를 위한 서류나 자료까지 비밀유지권 대상에 포함될 경우 변리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며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변호인 조력권이 없는 직역까지 비밀유지권을 확대할 경우, 비변호사와의 상담만으로도 수사기관의 증거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변협 관계자는 "비변호사 직역까지 비밀유지권을 인정할 경우 증거 접근이 제한되는 등 형사 절차 전반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충분한 숙의 없이 추진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 추진 과정에서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은 개정안에 대한 합의 도출 여부를 묻는 질의에 "관련 협·단체들과 의견을 나눠 왔다"며 이견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와 변협, 감정평가사협회 등 주요 기관들은 모두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사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변협 관계자는 "이전까지 어떠한 협의도 이뤄진 바 없다"며 "지식재산처장의 답변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감정평가 업계는 김 처장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며 허위 증언 가능성을 제기하고, 고발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