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대출 막고 무주택 갭투자 열고…매물 늘고 수요 제한

수도권 중심 매물 증가 예상…가격 상승 압력 둔화
전세 낀 매물 중심 수요 유입 기대…대출 규제에 확산은 제한

서울 강북 아파트 단지 모습. 2026.3.23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정부가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제한하는 초강도 규제를 내놓았다. 동시에 무주택자에 대해서는 전세를 낀 주택 매수를 허용하는 예외를 두면서 매물 출회와 일부 수요 유입이 동시에 예상된다. 강력한 대출 규제로 매매시장 전반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차인이 있는 다주택자 매물에 대해서는 임대차계약 종료 시까지 대출 만기 연장을 허용하고, 무주택자가 이 주택을 올해 안에 매수할 경우 일시적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도 가능해진다. 이에 따른 시장 효과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가계부채 1.5% 관리…다주택자 대출 본격 조이기

2일 정부에 따르면 전날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 목표를 1.5% 수준으로 제시하고,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만기 때마다 사실상 관행적으로 대출이 연장되면서 다주택자의 대출 유지와 확대가 가능했다. 그러나 시행일인 17일부터는 수도권과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다주택자가 대출 만기를 맞을 경우 상환이나 매각 등을 통해 대출을 줄이도록 압박받게 된다.

다만 임차인이 실제 거주 중인 주택에 대해서는 발표일 기준 유효한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대출 만기 연장을 허용하는 예외가 적용된다. 이미 매매계약이 체결돼 잔금 및 소유권 이전만 남은 물건, 어린이집·공동주택 부대시설 등 특수 목적 주택, 준공 후 미분양주택 등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강남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자료사진)ⓒ 뉴스1 이호윤 기자
다주택자 대출 막히자 매물 출회 압력↑

이번 조치로 매매시장에서는 다주택자의 대출 기반 신규 매입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만기 연장이 제한되면 기존 대출 상환을 위해 일부 보유 주택을 매물로 내놓을 유인이 커지고, 이는 공급 확대를 통해 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규제지역에서 다주택자 비중이 높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빠르게 줄고, 실수요 중심의 거래만 남는 '옥석 가리기' 국면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매매 가격은 상승보다는 관망·조정 국면이 강화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대출 규제의 그물망이 과거보다 훨씬 촘촘해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서울에서는 강남구와 서초구를 중심으로 당분간 가격 조정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출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15억 원 이하 아파트에서는 이번 규제로 인한 매물 출회 가능성은 크지 않고 실수요 유입이 꾸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다음 달 9일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맞물려 현금 유동성이 낮은 일부 차주를 중심으로 단기 매물 출회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매물 가격 하락을 추가로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 무주택자 갭투자 허용…전세 낀 매물 중심 제한적 수요

무주택자가 임차인이 있는 다주택자 매물(계약 종료가 4개월 미만으로 남은 주택)을 올해 안에 매수할 경우, 토지거래허가제상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계약 종료 시점까지 유예하는 '일시적 갭투자'가 허용된다.

이번 조치로 무주택자는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할 수 있어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춘 시장 진입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전세가율이 높은 수도권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매수 수요 유입이 예상된다. 전세가율이 높은 단지에서는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매수 전환이 일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LTV 제한 등으로 실제 거래 확대는 일부 매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구매 의사가 있는 수요자에게는 일시적 갭투자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초고가 아파트보다는 15억 원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부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시적 갭투자 수요는 전반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일부 수요는 있을 수 있지만 현재 부동산 금융 규제가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하고 강도가 높다"며 "선호 지역에 입주하면서 향후 자금 마련이 가능한 일부 수요층에서만 갭투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 가격이 조정 국면에 있는 상황에서 갭투자 허용은 일부 매수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며 "전세 물량 부족과 월세화 흐름 속에서 매수 전환 수요가 일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 한계가 있는 만큼 거래가 광범위하게 늘어나기보다는 필요성이 있는 일부 거래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일시적 갭투자로 인한 입주 지연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지영 전문위원은 "퇴거자금 대출 한도가 부족한 상황과 맞물릴 경우 매수 이후에도 세입자를 내보내지 못해 입주가 지연될 수 있다"며 "갭투자 시 자금조달 계획을 보다 보수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