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는 '후순위'…공급·금융 규제 나선 정부, 실효성은?
구윤철 "세제는 효과 제한적일 때 검토"…대출·공급 먼저
공시가격 급등에 세 부담↑…정책 신호 엇갈리며 시장 혼선 확대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최후의 수단으로 미루고, 공급 확대와 금융 규제를 앞세운 시장 안정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세제 카드를 뒤로 미루면서 정책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과 시장 혼선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급 확대와 금융 혁신, 자금 유입 억제 정책을 우선 추진하고, 효과가 제한적일 경우에 한해 부동산 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와 국내 보유세 수준을 비교하는 자료를 공유하며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른 메시지다. 당장 세제 개편에 나서기보다는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정부가 구상하는 1차 대응은 크게 두 축이다. 우선 신규 주택 공급 후보지를 발표해 시장에 공급 신호를 주고, 가격 상승 기대 심리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낮추고 주택담보대출을 별도로 관리하는 등 금융 규제도 강화한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일부 허용 가능성이 거론됐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도 예외 없이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 흐름을 차단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실제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 규제는 투기 수요를 위축시키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시장 전반의 기대 심리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세제 측면에서는 오히려 역효과 우려도 제기된다. 보유세는 유지한 채 거래세 부담만 상대적으로 커질 경우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기보다 보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올해 보유세가 이미 부과된 상황에서 추가 부담이 없다면, 내년도 과세 기준일(6월 1일)까지 매물을 거둬들이는 이른바 '잠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면 해당 세율을 감수하고 매도에 나설 집주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보유세가 이미 부과된 만큼 최소한 내년까지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유세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급등한 공시가격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9.16%, 서울은 18.67% 상승하며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주요 고가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은 전년 대비 약 50% 안팎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의 보유세는 1829만 원에서 2855만 원으로 약 56% 늘어날 전망이며,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9차' 전용 111㎡ 역시 약 57%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세 부담이 이미 확대된 상황에서 추가 인상까지 단행할 경우 조세 저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신중론을 유지하는 메시지가 동시에 나오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다 명확한 정책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문도 명지대 대학원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는 "보유세 인상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수단 중 하나로, 현실화 방향을 분명히 제시해 시장 참여자들이 세 부담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며 "로드맵을 통해 매도 유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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