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항공업계, 슬롯 회수 유예 요청…국토부 "다각도 검토"

운항 축소 시 슬롯 '기득권' 상실 우려
"유가 추이 보며 판단"…운수권은 당장 영향 제한적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의 모습. 2026.3.22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 부담이 커지자 항공업계가 항공슬롯(특정 시간에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 회수 유예를 정부에 요청했다.

국토교통부는 향후 유가 상황을 지켜보면서 업계와 이용자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할 계획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항공사들은 국토부에 슬롯과 운수권 회수 유예, 항공 비축유 활용 등의 의견을 전달했다.

국내외 관련 규정에 따르면 슬롯은 통상 80%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조정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특정 항공사가 오전 10시 출발 노선을 보유한 경우 동·하절기 중 80% 이상 운항해야 다음 절기에도 해당 시간대 슬롯을 우선 배정받는 '기득권'이 유지된다.

반대로 운항 횟수가 80%에 미치지 못하면 기득권이 사라지고, 다른 항공사가 해당 시간대 슬롯을 신청할 수 있다. 기존 항공사가 해당 슬롯을 다시 확보하려면 경쟁을 거쳐야 한다.

국토부는 현재 고유가 초기 국면이고 기존 예약자도 있는 만큼 업계와 이용자 불편을 함께 고려해 해당 사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업계에서 슬롯 기득권 유지와 관련한 건의가 들어온 상태로, 동계 시즌에는 문제가 없고 하계 시즌에 영향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운항 축소에도 기득권을 유지할 경우 기존 예약자의 불편 가능성도 있어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유 수급 상황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항공업계 위기가 심화될 경우 추가 의견을 수렴해 기득권 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1년에 20주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회수 대상이 되는 운수권은 현재까지 별다른 특이 사항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수권은 현재 긴박한 상황은 아니며 슬롯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공 비축유 활용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 관계자는 "항공 비축유 활용은 자원위기 대응 관련 법령 등을 바탕으로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항공슬롯 조정 여부는 향후 고유가 지속 기간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 분쟁이 장기화돼 고유가 국면이 이어질 경우 항공사들의 운항 축소가 늘어나 슬롯 조정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유가가 조기에 안정되면 큰 조정 없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