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에 유가 10% 급등…건설업 수익 3분의 1 감소 우려

중동 공급 차질에 에너지·원자재값 동반 상승
에너지·운송 의존 높은 건설업 직격…착공 지연·투자 위축 가능성

3D 프린팅된 석유통과 이란 지도. 2026.3.2 ⓒ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건설업의 생산비와 수익성이 동시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에너지와 운송 의존도가 높은 건설업 특성상 다른 업종보다 충격이 크게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브렌트 82달러·WTI 70달러…유가 쇼크 현실화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첫 거래일인 2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배럴당 82달러까지 치솟으며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70달러를 넘어서며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10% 안팎 급등했다.

이번 공격으로 카타르 라스라판 LNG 생산이 중단되고 사우디의 대형 정유시설 가동이 일부 멈추면서 중동발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확대된 것이 급등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국내 기업 생산원가가 평균 0.38% 상승하고, 제조업은 최대 0.68%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건설업은 에너지와 운송 비중이 높은 업종으로 분류돼 평균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 포격으로 피해가 발생한 하르키우 국립대학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 중이다. 2022.03.02/news1 ⓒ 로이터=뉴스1
유가 10% 상승땐 건설 생산비 최대 3% 오른다

유가 상승이 건설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확인된 바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건설산업에 미칠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건축물 건설 생산비는 약 0.14%대, 일반 토목은 공종에 따라 0.14~0.4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와 유연탄 가격이 동시에 큰 폭으로 오르는 상황을 가정하면 건축 공사비는 약 1.5%, 일반 토목은 최대 3.0% 안팎까지 증가할 수 있다.

국내 건설사 영업이익률이 2.5~5.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수익의 3분의 1 이상이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유와 유연탄 가격이 동시에 급등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단순한 원가 상승을 넘어 공사 착공 지연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건설 경기가 다시 둔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레미콘과 아스콘·아스팔트 제품, 철근·봉강 등 에너지 집약적 자재 가격과 운송비가 연쇄적으로 오르면서 토목·건축 전 공정에 비용 상승 압력이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수도 테헤란 도심에 연기 기둥이 솟아오르고 있다. ⓒ AFP=뉴스1
중동 불안 장기화 땐 국내외 공사 차질 불가피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외 공사 현장의 차질 가능성도 커진다. 원유 정제 부산물인 아스팔트 가격이 오르면 도로·포장 공사 단가가 먼저 상승하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상운임과 보험료 인상까지 겹치면 해외 플랜트와 인프라 프로젝트의 원가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문제는 국내 건설경기가 이미 주택시장 둔화와 금리 부담 등으로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 변수까지 겹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발주처와의 공사비 증액 협의, 표준품셈 조정 요청, 에너지 효율 장비·공법 도입 등을 통해 원가율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언제 완화될지 불확실해 대응 여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면 이미 낮아진 마진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신규 수주 전략과 공사 일정 조정까지 전면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