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 매물 33.5% 급감…규제·입주 감소에 봄 이사철 부담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에 실거주 의무…전세 매물 출회 제한
갱신계약 절반 육박·입주 물량 1만가구↓…세입자 주거 부담↑

사진은 서울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2026.1.5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서울 강서구 '마곡 엠밸리 1~17단지'. 1만 1821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임에도 단지별 전세 매물은 1~5건 수준에 그친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매수·전세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드물다. 대단지마저 전세 물량이 잠기면서 '매물 가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난이 심화하는 배경에는 공급 부족보다는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 자체의 급감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강도 대출·세제 규제 여파로 임대차 매물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1만 1821가구 마곡도 '매물 가뭄'

21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임대차(전월세) 매물은 3만 7010개로 집계됐다. 1년 전(4만 7540개) 대비 22% 감소했다. 이 가운데 전세 매물은 1만 9242개로, 1년 전(2만 8942개)보다 9700개(33.5%) 줄며 감소 폭이 더 컸다.

규제 환경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됐고, 주택담보대출 활용 시 6개월 내 전입신고와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서 이른바 '갭투자'(전세 낀 매매) 물건이 시장에 나오기 어려워졌다.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거래가 사실상 차단되면서 전세 매물도 동반 감소한 셈이다.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 비율이 높아진 점도 신규 매물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체결된 임대차 계약 2만 7300건 가운데 1만 3797건이 갱신 계약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전세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전셋값 상승 부담이 맞물리며 이사 대신 계약 연장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외곽지역 감소세 뚜렷…신규 입주 물량도 부족
지난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건수가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2026.1.5 ⓒ 뉴스1 김명섭 기자

현장에서도 체감도는 높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10단지' 역시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부 상태가 양호한 매물은 더욱 희소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차 매물이 거의 없고 가격도 상당히 오른 상태"라며 "차라리 매수로 전략을 바꾸는 수요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서울 외곽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도봉구 전세 매물은 한 달 전 301건에서 197건으로 34.6% 줄었다. 중랑구(143→96건), 관악구(229→163건) 등도 감소 흐름이 뚜렷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역시 변수다. 임대차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다주택자 매물이 줄어들 경우 임대 물량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도 계약 종료 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면 다시 임대 매물로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향후 공급 여건도 녹록지 않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 5967가구로, 지난해보다 약 1만 가구 줄어들 전망이다.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이 심화할 경우 세입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신규 공급 감소와 전세 거주 연장 수요가 맞물리며 전월세 공급 가뭄이 예상된다"며 "신축 희소성까지 더해져 수도권 전반의 전셋값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입주 물량 부족과 대출 규제, 실거주 요건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임차인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