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면제 연장 없다"…팔라는 정책, 잠기는 매물
5·9 유예 종료 임박에도 규제·토허 겹쳐 매도 여건 제한
전문가들 "매물 유도는커녕 버티기·거래 위축 가능성"
- 김동규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5월 9일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정부의 매물 유도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 재개가 다주택자의 주택을 시장에 풀기보다는, 오히려 매물 잠김과 거래 위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23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 연장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시절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한시적으로 유예됐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예정대로 종료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사람이 주택을 매도할 때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기본세율 외 가산세율을 부과하는 제도다. 기본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6~45%이며, 2주택자는 20%포인트(p), 3주택자 이상은 30%p의 가산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까지 더해지면 3주택자의 최고 실효세율은 82.5%에 이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세제 압박이 실제로 매물 출회로 이어지기 어려운 시장 구조라는 점이다.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은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중첩 지정돼 있다. 토허구역 내 주택은 계약 이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잔금까지 통상 2~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유예 종료까지 남은 시간이 4개월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주택자가 매도를 결정하고 거래를 성사시키기에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건 속에서 양도세 중과 재개가 다주택자의 행동을 바꾸기보다는 '보유 선택'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단기 세 부담보다 중장기 자산가치 상승을 고려할 경우, 매도보다는 버티기가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유예 종료 전까지 일부 매물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이미 상당수 다주택자는 매도나 증여 등 사전 정리를 마쳤다"며 "남은 기간이 촉박해 매물 증가나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양도세 부담으로 상승폭이 크지 않은 주택을 정리하는 사례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가격이 크게 올랐거나 향후 상승 기대가 높은 주택은 보유를 지속하려는 경향이 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예 종료 이후에는 매도 포기와 관망이 늘어나면서 매물 잠김과 거래 감소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세 부담을 감수하고 거래에 나서기보다는 주택을 시장 밖으로 이전하는 방식이 늘면서, 실거래 물량 감소와 가격 지표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세제 정상화'라는 정책적 명분과 달리, 단기적으로는 거래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에 풀겠다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실제 시장에서는 매물 잠김과 관망세가 짙어지며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공통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 재개로 일부 투자 수요는 줄 수 있겠지만,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을 다주택자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며 "세제 강화만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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