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카드에 쪽방촌 다시 거론…민간개발 준비하던 소유주 '반발'
분상제 적용 제외 등 쪽방촌 재추진 신호 잇따라
"민간 개발로 물량 확보하는 방식도 일종의 공급대책"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주택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쪽방촌 개발 재추진 방안이 거론된다. 이에 토지 소유주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공공이 아닌 민간 방식의 개발을 추진해온 만큼, 공공개발 카드 재등장 시 사업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조만간 정부는 공급 확대를 방점으로 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유휴부지 등 다양한 입지 발굴이 예상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21일)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곧 국토교통부에서 현실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기존처럼 연간 총량만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지역과 공급 물량을 담겠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 내 대규모 공급이 가능한 쪽방촌이 후보지로 지목된다. 실제 영등포역과 용산역 일대 등은 입지 경쟁력이 뛰어난 곳으로 평가된다. 다만 공공개발을 둘러싼 갈등으로 수년간 사업이 멈춰 있던 대표적인 지역이다.
국토교통부의 최근 행보는 쪽방촌 개발 재추진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지구계획을 변경해 공급 가구 수를 기존 782가구에서 797가구로 늘렸다.
또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에서 현물보상 물량과 일반분양 물량 모두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제외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분양가 역전 가능성을 차단해 사업성을 보완하려는 조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도 유무에 따라 사업 추진 여건이 크게 달라진다"며 "현재 추진 중인 대전, 영등포, 서울역 등 세 곳의 쪽방촌 사업지를 염두에 두고 법령을 정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 개발을 준비해온 토지 소유주는 불만을 표했다. 현재 용산구 동자동 일대 소유주들은 공공 주도 방식이 아닌 민간 도심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해당 사업과 관련한 조례를 마련했고, 6월 시행규칙 제정을 앞두고 있다. 동자동 토지 소유주들은 시행규칙이 확정되는 즉시 구체적인 사업계획 수립에 착수할 계획이었지만, 정부가 공공개발 재추진을 공식화할 경우 민간 사업의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이미 국토부가 과거 요구했던 민간 복합사업 전환 동의율 50%를 초과 확보해 제출한 상태다. 전체 419명 중 254명이 동의했으며, 정부가 요구하는 임대주택 물량보다 많은 약 1000가구 공급 계획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조성빈 동자동 민간개발위원회 위원장은 "앞서 국토부에서 요구했던 주민 동의서도 제출했고, 신탁사와 업무협약까지 체결한 상황"이라며 "도심복합개발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는 단계에서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공공개발이 거론되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역 쪽방촌 사업은 2021년 정부가 전면 공공개발 방침을 밝힌 이후 토지 소유주 반발로 4년째 첫 단계인 지구 지정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공급 확대가 시급한 상황에서 동일한 방식이 반복될 경우 또다시 장기 표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도심 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이미 준비가 진행된 민간 사업을 활용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소유주 동의가 확보된 사업을 멈춰 세우기보다는, 민간 개발을 지원하면서 임대주택과 분양 물량을 확보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공급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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