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없이 짓는 집, 세계가 주목하다…한옥 산업의 현재
전통 치목 기술부터 해외 수출까지, 한옥 수요 확산
높은 건축비·기준은 과제…정부, 인재 육성·클러스터 검토
- 신현우 기자
(고창=뉴스1) 신현우 기자
“우리 선조들의 멋과 지혜가 담긴 한옥에 미국과 러시아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시대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일 수 있지만, 한옥은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 건축입니다. 실제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옥 짓기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남해경 전북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지난 주말 찾은 전북대학교 고창 한옥 특성화 캠퍼스. 교육생들의 한옥 정자 지붕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비계(가설 발판) 위에 올라선 교육생들은 지붕에 들어갈 목재를 다듬고 맞추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한옥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잇거나 맞춰 제작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작은 오차도 전체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작업 과정에서 반복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러 부재가 결합돼 완성된 지붕은 구조적 안전성과 미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췄다. 나무를 맞물려 결합하는 방식은 레고 블록과 유사해 보였지만, 제작자가 직접 목재를 다듬고 맞춰야 하는 만큼 훨씬 더 정교한 작업이 요구됐다. 제작자에게 높은 수준의 공간지각 능력이 필요해 보였다.
한옥이 현재와 같은 '기와지붕·온돌·마루' 형태로 완성된 시기는 조선 후기로 알려져 있다. 온돌과 마루, 처마, 마당 등 수동적 환경조절 기술을 통해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한 건축 양식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한옥에 대한 수요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웰니스 기반 한옥 호텔을 비롯해 빈집이나 고택을 리모델링한 카페 등 재생 건축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아파트 외 대안 주거 형태로 세컨하우스(주말주택·별장) 수요가 늘면서 한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전주의 경우 한옥 건축물을 도서관 등 공공시설로 활용하며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높은 건축비와 엄격한 건축 기준, 표준화 부족 등은 여전히 한옥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채엽 태권브이건축사사무소 대표는 "한옥으로 지어진 덕진공원 연화정은 현재 공공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패션쇼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린다"며 "선조들의 건축적 지혜뿐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한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콘텐츠로서 보존과 확산 요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수출된 사례가 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대학교에 따르면 알제리,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 한옥이 수출됐으며, 미국과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에도 수출을 준비 중이다. 한옥은 국내에서 치목(부재 가공)을 완료한 뒤, 해당 부재를 현지로 보내 조립하는 방식으로 수출된다.
현재 정부는 한옥 건축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한옥 건축 설계와 시공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전문 인재 양성 과정 운영 기관 공모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옥 관련 통계를 현실화하고, 한옥 건축 기준을 합리적으로 현대화하기 위한 연구도 병행한다. 지역 명소 조성을 위해 한옥형 디자인 특화 명소 확충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옥 설계와 자재(부재) 제작·유통, 기술 교육, 시공·유지보수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는 '한옥 건축 산학연 협력단지'(클러스터) 조성 방안도 구상 중이다.
최아름 국토교통부 건축문화경관과장은 "앞으로도 한옥이 지역 정체성과 조화를 이루며 사랑받는 명소이자 일상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옥 건축 생태계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hwsh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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