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블록형 주택', 아파트·다가구 사이 '제3의 주택' 시험대

아파트 중심 공급 구조 보완할 중밀 주거 모델로 정부 구상
다가구·빌라 밀집지 블록 단위 재편…전세 수요 분산 기대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빌라촌. 뒤로는 아파트단지가 보인다. 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부가 도심 내 노후 저층 주거지 정비와 전세시장 불안 완화를 동시에 겨냥해 '도심 블록형 주택' 도입을 검토하면서, 아파트 중심 공급 구조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입주 물량 감소와 전세 매물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건축 대신 속도감 있는 중밀도 주거 모델을 실질적인 공급 카드로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저층 다가구·빌라, 블록 단위로 묶어 중층·중밀 주거 전환

9일 국토교통부와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국건위)에 따르면 정부가 구상 중인 도심 블록형 주택은 저층 다가구·다세대 밀집 지역을 개별 필지 단위가 아닌 블록 단위로 묶어 중층·중밀 주거로 전환하는 모델이다. 단지형 아파트처럼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기보다 기존 가로망과 동네 구조를 유지하면서, 빌라·다가구보다 규모와 밀도를 키워 공급 효율과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주택공급추진본부 출범식에서 "도심 블록형 주택 같은 새로운 형태의 주택 공급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런 주택 공급이 추진되면 전세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행 제도상 다가구주택은 주택으로 사용하는 층수가 3층 이하, 바닥면적 합계 660㎡ 이하, 19가구 이하로 제한돼 사업성이 낮다. 개별 재건축·재개발 역시 사업 기간이 길고 비용 부담이 커 도심 내 공급 공백을 키웠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국토부와 국건위는 여러 필지를 묶어 블록형 주택을 조성할 경우 인허가·심의 절차를 단순화하고, 역세권·직주근접 지역에 전세형·임대형 주택을 한 번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핵심지 아파트 전세로 쏠리던 수요 일부를 주변 저층 주거지로 분산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단기 공급보다 구조 개편…전세 안정 카드 될까

정책 설계 측면에서 도심 블록형 주택은 단기 물량 확대보다는 주택 공급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대규모 재건축·재개발로는 속도를 내기 어려운 구도심에서 중간 규모 블록 개발을 통해 아파트 전세에 쏠린 수요를 분산하고, 빌라·다가구 전세 의존도를 낮춰 전세 사기와 주거 안전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도입될 경우 역세권 저층 주거지를 블록형 전세·임대 단지로 전환해 도심 내 전세 재고를 확충하는 동시에, 노후 다가구·빌라를 대체해 주차·화재·구조 안전 기준을 끌어올리는 도시 정비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대상지 선정과 다가구 소유주·세입자 간 이해 조정, 용적률·층수 완화 기준, 지자체 협의 구조가 명확히 설계되지 않으면 민간 참여가 제한돼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홀로 아파트나 도시형생활주택처럼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도록 디자인·관리 기준을 세밀하게 마련하고, 전세대출·보증 제도 개선과 연계해 전월세 시장 완충 효과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는 이런 과제가 풀릴 경우 도심 블록형 주택이 아파트·다가구 중심의 공급 구조를 완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전세시장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중견 디벨로퍼는 "블록형 주택이 말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대상지 요건과 인센티브를 명확히 해 사업성이 보이게 해야 한다"며 "기준이 모호하면 민간이 먼저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