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도심 저층지 '블록 단위 정비' 검토…주택 공급 다변화 모색

단독·다세대 묶는 중밀도 주거 모델 논의 단계
주민 동의·분담금 한계에 인센티브 필요 지적

서울시내 주택가 모습. (자료사진)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정부가 도심 내 노후 저층 주거지 정비와 주택 공급 방식 다변화를 위해 '도심 블록형 주택'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단독·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일정 규모의 블록으로 묶어 중밀도 주거지로 재편하는 방식이다. 대단지 아파트와 기존 소규모 정비사업의 중간 성격을 지닌 새로운 주택 모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도심 블록형 주택은 국가건축정책위원회(국건위) 차원에서 개념과 기본 방향을 정리하는 단계에 있다. 노후 저층 주거지를 블록 단위로 통합해 빌라와 아파트의 중간 형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골자지만, 구체적인 사업 방식과 제도 설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은 조합 구성부터 인허가, 관리처분, 공사까지 절차가 길고, 서울처럼 가용 토지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재건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사업 지연과 공사비 상승, 분담금 부담 확대가 반복되며 공급 속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가 도심 블록형 주택이라는 새로운 정비 모델을 검토하는 배경이다.

기존 소규모 정비사업의 '확장판' 성격

현재 서울에서는 자율주택정비, 가로주택정비, 소규모 재건축, 소규모 재개발 등 다양한 소규모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단독·연립·다세대 주택을 대상으로 20가구 미만에서 진행되며, 가로주택정비사업은 1만㎡ 미만 가로구역에서 20가구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소규모 재건축사업은 1만㎡ 미만, 20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 단지가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도심 블록형 주택이 기존 소규모 정비사업보다 개발 규모를 키운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심 블록형 주택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기존 소규모 정비사업보다 규모가 큰 것"이라며 "그 외 구조적 장단점은 기존 정비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정확한 개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확장판으로 볼 수 있다"며 "인허가 절차가 단축된다면 서울시의 모아타운과 유사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블록 단위 개발을 통해 저층 아파트와 유사한 주택을 도심에 상대적으로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기존 소규모 도심 정비사업이 진화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민 동의·분담금 문제는 과제로

다만 기존 소규모 정비사업에서 반복돼 온 문제들이 도심 블록형 주택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민 동의율 확보와 추가 분담금 부담이 대표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주민 동의율과 분담금 문제는 블록형 주택에서도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일반분양 물량 확대나 용적률 상향 같은 인센티브가 함께 제시돼야 사업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함 랩장 역시 "용적률 상향, 컨설팅 비용 지원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까지 확대된다면 도심 노후화 해소와 주택 공급 확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자료사진)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중장기 구상으로 사업 추진 예정

정부는 도심 블록형 주택을 단기 공급 대책이 아닌 중장기적 주택 정책 구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국건위 관계자는 "도심 블록형 주택은 당장의 추가 공급 물량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라기보다, 단지형 아파트와 다세대·다가구 주택 사이에 새로운 건축 모델을 제시하는 중장기 구상에 가깝다"며 "나홀로 아파트나 도시형생활주택처럼 인식되는 형태는 지양하고, 도심 저층 주거지에 어울리는 중밀도 주거 블록을 만드는 것이 취지"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블록형 주택이 현실화될 경우 공급 속도를 높이고 전세 물량을 확대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아파트 전세 수요를 일부 흡수해 특정 지역에 집중된 전세 수요를 분산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