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보러 줄 선다"…서울 전세난, 2020년 악몽 재연되나
서초·송파 중심 매물 고갈…내년 봄 이사철 앞 불안 고조
실거주 규제·입주 절벽·갱신계약 증가로 공급난 심화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난이 본격화하면서 내년 봄 전세난이 절정에 이를 것이란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실수요자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고 있으며, 2020년 전세난 당시 임차인들이 전셋집을 보기 위해 줄을 서던 장면이 다시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4.4로, 수요가 공급을 뚜렷하게 앞섰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4% 상승하며 42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역세권과 대단지 등 주거 여건이 양호한 단지를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며 상승 거래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지난주 0.32%에서 이번 주 0.48%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강동(0.26%)·송파(0.24%)·양천(0.18%)·동작(0.17%) 등도 평균을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 감소세가 뚜렷하다. 서초구의 전세 매물은 4780건으로, 6개월 전(5746건)보다 16.3% 줄었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와 실거주 요건 강화로 새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체감상 오름폭이 더 크다. 서초 잠원동 '신반포자이' 전용 84㎡ 전세는 이달 초 18억 원에 거래돼 1년 전보다 약 2억 원 올랐다. 송파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 전세도 전년 약 10억 원에서 현재 12억~15억 원 수준으로 뛰었다.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가 늘면서 매물 경쟁이 심화된 양상이다.
서울 전세난이 2020년 '패닉 전세' 수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0년 전세난 당시에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입주 절벽이 한꺼번에 맞물리며 전세 매물이 급감했다. 강남·마포·송파 등 주요 지역 전세 계약은 하루 만에 소진됐고, 일부 단지는 임차인 대기 명단까지 생겨날 정도로 혼란이 컸다. 서울 전셋값은 1년 새 10% 이상 오르며 시장 불안이 매매시장으로 번졌다.
이번 전세난 역시 구조적 공급 부족이 뚜렷하다.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실거주 의무 강화로 인기 지역 전세 공급이 크게 위축됐다.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행되면서 신규 매물이 줄었다. 서울 전체 전세 계약의 25.3%가 갱신 계약으로, 임차인 4명 중 1명이 기존 주택에 머물러 시장 유동성이 위축됐다. 매매가격과 대출 부담까지 겹치며 신규 전세 이동도 둔화됐다.
입주 물량 감소도 부담이다. 내년 1분기 서울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은 1400가구로, 올해 4분기 1만 2000가구보다 약 90% 줄 전망이다. 입주 절벽으로 신축 공급이 크게 줄며 전세시장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자금력이 있는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경향이 확산돼 서민 주거비 부담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구조적으로 매물이 부족한 가운데 내년 입주 가뭄까지 겹쳐 전세난은 장기화될 것"이라며 "시장에 유통되는 매물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연구소장도 "실거주 요건 강화로 인기 지역 신규 전세가 거의 공급되지 않아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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