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금난 한국예총 '예술인센터' 경매…역대 최고가 1374억
채권자 신청으로 다음 달 임의경매 절차…채무 4억 원 규모
수십억 원대 근저당권 유지…"추후 경매 재개 가능성 높아"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의 본사 건물인 서울 양천구 목동 '대한민국예술인센터'가 근린시설 역대 최고가인 1374억 원에 경매로 나왔다. 1990년대 착공 이후 이어진 협회의 만성적 재정난이 결국 본사 건물 경매로까지 번졌다는 분석이다.
27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한국예총이 소유한 대한민국예술인센터는 다음 달 9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임의경매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매각가는 근린시설 경매 사상 가장 높은 금액이며, 전체 부동산 경매 사례를 통틀어도 세 번째로 큰 규모다.
2011년 준공된 이 건물은 지하 5층~지상 20층, 대지면적 4379㎡(약 1324평), 연면적 약 4만㎡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일부 층은 한국예총 본사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입시학원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다.
1961년 설립된 한국예총은 약 130만 명의 회원을 둔 국내 최대 예술단체로, 국악·무용·문인·미술·사진·연극·연예·영화·음악 등 10개 회원협회와 전국 171개 광역·기초 연합회로 구성돼 있다.
이번 경매는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6월 신청한 임의경매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이뤄졌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기한 내에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의 신청만으로 재판 없이 부동산이 경매에 부쳐지는 절차다. 해당 근저당권(4억 1413만 원)은 현재 개인 채권자에게 이전된 상태다.
예술인센터 경매는 한국예총의 오랜 재정난과도 직결된다. 예총은 1996년 예술인센터 착공에 들어갔으나, 재원 부족과 외환위기 여파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정부 보조금과 은행 대출을 통해 2011년 건물을 완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부채가 크게 늘었다. 완공 후에도 높은 공실률로 인해 자체 수익이 부족해 매년 적자를 기록했으며, 자금 마련을 위해 건물을 담보로 한 대출을 반복해 왔다.
현재 건물에는 금융기관 등 다수 채권자가 설정한 수십 건의 근저당권이 남아 있고, 세금 체납으로 인한 압류도 등기돼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임의경매가 신청됐지만, 예총이 기일 전에 채무를 변제하며 경매가 취소되곤 했다.
이번 경매는 채권 규모가 약 4억 원에 불과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한국예총은 법원에 매각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해 경매 일정 연기를 추진 중이다. 다만 은행권 근저당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만큼, 향후 재경매가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해당 건물은 근린시설 매각액 중 가장 높고, 모든 경매 사례에 중에서도 역대 3번째로 큰 금액"이라며 "이번 경매가 취하돼도 여전히 수십억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어 경매가 향후 또다시 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gerrad@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