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상반기 4277억 손실…'직접 시행' 확대에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

3기 신도시, 전세사기 등 정부 정책에 LH 속수무책
2029년엔 부채 261조, 직접시행에 부채비율 증가 전망

LH 사업 내역.(LH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공공주택 확대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상반기 427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공공임대·매입임대 등 비수익성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가운데, 정부가 '직접 시행'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을 추진하면서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LH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6조 8336억 원으로 전년 동기(9조 5695억 원) 대비 28.6%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557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LH는 1년 만에 4277억 원의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LH의 실적 부진은 2023년부터 본격화했다. 2023년 매출 13조 8840억 원, 영업이익 437억 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매출은 15조 5772억 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404억 원에 그쳤다. 과거 조(兆) 단위 흑자를 기록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크게 위축됐다.

LH의 재무 부담은 정부 주도의 공공사업 확대에서 비롯됐다. 공공임대·매입임대 등 '만년적자' 주거복지 사업에 더해 최근에는 3기 신도시 조성,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미분양 주택 매입 등 추가 부담이 겹쳤다.

이로 인해 LH의 자산은 1년 새 14조 1794억 원(6.3%) 늘어 239조 4413억 원에 달했지만, 수익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임대주택 등 서비스 제공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8957억 원에 그친 반면, 매출원가는 2조 2150억 원에 달해 1조 3193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부채 증가세도 가파르다. 2022년 146조 6172억 원이던 LH 부채는 2023년 152조 8473억 원, 올해 상반기에는 165조 2006억 원으로 늘었다. 일부 분석에서는 2029년 LH 부채가 26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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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 매각으로 교차보전 안돼"…재정악화 가속화 우려

그동안 LH는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해 얻은 수익으로 임대사업 적자를 메워왔다. 그러나 토지 매각 실적이 급감하면서 이 같은 교차보전 구조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상반기 약 1조 6000억 원이던 토지 매각 매출은 올해 같은 기간 8000억 원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정부가 LH에 단순한 택지조성·분양 역할을 넘어 직접 주택을 공급하는 시행 주체로 전환을 요구하는 점도 수익성 악화 요인이다. 공공택지 내 분양주택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으며, 임대 비중이 높아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한준 전 LH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현재 LH 부채비율이 220% 수준이며, 직접 시행이 확대되면 260% 이상으로 상승할 개연성이 있다"며 "이 같은 구조에서는 정부와의 정책적 협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직접 시행으로 전환되면 수익은 줄고 업무량은 늘어나 인력 충원과 행정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며 "조 단위의 재정 지원 없이는 재무 악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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