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두고 '대구의 대치동' 들썩…수성구 아파트 신고가 행진

대구 100주째 집값 하락 속 '학군 프리미엄'에 실수요 몰려
일부 단지 청약 경쟁률 75대 1…"서울서 갭투자 문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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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대구의 대표 학군지인 수성구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 전체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가운데, '대구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수성구만은 예외다.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며 학군 프리미엄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8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10월 다섯째 주(10월 31일 기준) 대구 수성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약 1663만 원으로, 전주(1659만 원)보다 4만 원 상승했다. 상승 폭은 크지 않지만, 지역 내 고급 단지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해지며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대표 단지인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129㎡는 지난달 18일 17억 95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인근 '가든하이츠3단지' 전용 248㎡는 15억 3000만 원, '한도아파트' 전용 70㎡도 11억 6000만 원에 팔리며 각각 신고가를 기록했다.

'수성범어W(더블유)' 전용 102㎡는 9월 21억 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고, '힐스테이트 범어' 118㎡도 같은 달 21억 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분양시장 분위기도 견조하다. '대구 범어 아이파크 2차'는 지난 7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75.2대 1을 기록했다. 지난 9월 말 진행된 보류지 4가구 입찰에는 20명이 몰렸고, 낙찰가는 모두 13억 원을 넘어 일반 분양가보다 약 2억 원가량 높았다.

이 같은 상승세는 '입시철 효과'와 '학군지 프리미엄'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수성구 범어동 일대는 서울 대치동·목동과 함께 '3대 학원가'로 꼽히며, 비수도권 지역 중 초등학생 순유입이 가장 많은 곳이다. 수능을 앞두고 자녀 교육을 위해 이주하려는 수요가 꾸준하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수성구 범어동 공인중개사 A 씨는 "최근 외지 투자자보다 학군을 이유로 한 실수요자 문의가 훨씬 많다"며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전세 끼고 수성구에 집을 사려는 사례도 간혹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구 전체로 보면 지역 간 양극화는 여전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4% 하락하며 100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성구와 달리 달서구, 동구 등 외곽 지역은 미분양이 누적돼 가격 회복이 더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구는 미분양 부담이 커지면서 시장이 '슈퍼 슬림화'됐다"며 "수요가 수성구 등 초상급 학군지로만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