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 규제 겹치며 속도 둔화…외곽은 사업 위기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대출 규제 이중고…자금줄 막힌 조합원
사업성 떨어지는 외곽은 치명타…"규제 완화 필요해"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서울 주요 정비사업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였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자금 확보가 어려워졌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적용 여부는 사업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서울 외곽 정비지역은 사업 지연이나 무산 가능성이 우려된다.

16만 가구 조합원 지위 양도 '불가'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규제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받는 정비사업장은 약 210곳, 16만 가구에 달한다.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로 자금 유동성이 줄면서 사업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분담금을 낼 수 없는 조합원은 '현금 청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일부 추진위원회에서는 조합 설립 전 아파트 매도 사례가 늘고 있으며, 규제 부담으로 사업 속도를 늦추자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한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조합설립 인가 이후 거래가 어렵다 보니 소유주들 사이에서 관망세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주비·중도금 대출에 적용되는 LTV가 40%로 축소되면서 조합원 지위 유지가 어려워졌다. 이주비 대출과 분담금 잔액 상환을 위한 '잔금대출'에는 DSR 규제가 적용된다. 자금 마련이 어려우면 이주·철거·착공 등 사업 전 단계가 지연될 수 있다.

강남 한 재건축 조합장은 "돈 없는 조합원은 높은 이자로 이주비를 마련해야 해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2018년 부활한 재초환은 실제 부담금이 부과된 사례가 없다. 첫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합과 주민 사이에 확산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58개 단지가 대상이며, 1인당 예상 부담금은 1억 300만 원 수준이다. 정부와 여당이 제도 폐지를 언급했다 번복하며 혼란을 키웠다. 한 조합 관계자는 "이익 환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시행하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외곽지역은 한숨만…"이주비도 안 나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강남 등 중심지 대규모 사업과 달리 외곽지역 정비사업은 대출 규제 직격탄을 맞았다.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예상 분담금이 6억 원 이상이며, 일부 강북 재건축·재개발 단지도 수억 원에 달한다.

한 강북 조합 관계자는 "강남은 대형 시공사의 금융 여력으로 이주비 확보가 가능하지만, 우리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비업계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강남 한 재건축 조합장은 "집값 안정과 함께 사업장 여건을 고려한 핀셋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현재 상태로는 정부가 목표하는 주택 공급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