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투자유망지역' 신호 왜곡을 막아라 [박원갑의 집과 삶]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단지 모습. /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부동산시장은 통계의 집합이 아니라 심리의 집합체다. 가격을 움직이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이다. 정부의 정책 한 줄, 언론의 기사 한 꼭지 그리고 그에 대한 해석이 맞물려 시장의 흐름을 만든다.

요즘 시장에서는 이른바 '규제의 역설'이 자주 언급된다. 정부가 특정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지정하면 세금이나 대출에서 불이익이 따르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만큼 오를 만하니까 규제한다'는 왜곡된 인식이 퍼진다. 규제는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제동 장치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엉뚱한 신호로 작용한다. 정책의 의도와 시장의 해석이 엇갈리는 아이러니다.

최근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몰리는 서울 마포구와 성동구가 대표적이다. 언론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가능성을 언급하자 시장에서는 오히려 지정 전에 미리 사두려는 선취매 수요가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마지막 갭투자 기회라는 말까지 돌았다. 규제가 예고될수록 시장이 더 달아오르는 전형적인 역설이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특성, 즉 정보 비대칭성에서 비롯된다. 일반 소비자나 투자자는 지역의 수급 구조나 장기적 가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대신 가격 변화나 언론 보도, 정부 정책을 통해 시장을 읽으려 한다. 정부의 규제 신호는 이들에게 투자 유망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그 결과 규제 지역 지정은 곧 '정부가 인증한 투자 지역'이라는 잘못된 해석으로 이어진다. 규제할 정도로 뜨거운 곳이라면, 결국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따라붙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누적되면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진다. 정부의 개입이 시장의 기대를 오히려 부추기는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변한다. 정부는 과열을 식히려 규제라는 약을 처방하지만, 시장은 그 약을 투자용 보약으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는 불완전한 정보 구조 속에서 나타나는 '신호 효과'다. 투자자들은 정부의 규제 행위를 공신력 있는 평가로 곡해한다. 개발 계획이나 토지 이용, 수요 구조를 직접 분석하지 않아도 정부가 주목한 지역이라는 간접 정보만으로 판단을 내린다. 결국 규제 지역은 '가치가 공인된 지역'이라는 심리적 프리미엄을 얻는다.

여기에 언론의 역할도 작지 않다. 매스컴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을 해석하는 틀(프레임)을 제공한다. 클릭 경쟁이 치열한 시대, 언론은 독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보도를 쏟아낸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규제 1순위', '정부가 예의주시하는 한강 벨트' 같은 기사 제목은 소비자의 심리를 더욱 흔든다. 이러다 보니 규제의 본래 의미는 퇴색되고 특정 지역에 대한 선호만 커지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이 현상은 심리학의 '낙인효과'와 닮았다. 부정적 낙인이 오히려 대상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현상이다. 과열 지역이라는 낙인은 동시에 '정부가 주목한 지역'이라는 신호로 읽힌다. 사람들은 규제를 제동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받아들이고, 그 결과 단기 수요가 몰리며 거래가 늘고 가격이 급등한다.

정부는 이번 주 새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와 시장은 신호를 주고받는 게임 속에 있다. 신호등의 색깔이 불분명하면 운전자는 멈출지 달릴지 판단하지 못한다. 정책 신호 역시 마찬가지다. '규제 지역=투자 유망지역'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통하지 않도록 명확하고 일관된 신호 체계를 세워야 한다.

요컨대 부동산시장은 기대와 해석이 움직이는 심리의 장(場)이다.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그 정책이 시장에서 어떻게 해석될지를 미리 설계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그래야 규제의 역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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