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 보류…"단기 공급 부족 해결책 없다"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폐지' 제외…분담금 이슈 계속
집값 급등 진원지 서울 공급 부족…똘똘한 한 채 현상만 뚜렷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5.9.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정부가 '9·7 대책'에 서울 단기 주택 공급 부족 해결에 필수인 민간 정비사업의 규제 완화를 사실상 제외했다. 6·27 대출 규제 이후 진정된 서울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서울 단기 공급 문제 해결안이 부재한 만큼 집값 급등의 주된 원인인 '똘똘한 한 채' 현상만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 빠져 실효성 지적…"재초환 폐지 시급"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9·7 공급 대책에 정비사업 속도를 높일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재초환) 폐지와 민간 재건축 용적률 상향은 제외됐다.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8000만 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의 최대 50%까지 국가가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 조합원의 분담금 부담을 키워 정비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재초환 이슈가 빠진 것이 아쉽다"며 "재건축 사업에 있어 재초환은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을 높이는 장애요인으로 폐지 또는 대폭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도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때 조합원이 겪는 분담금 문제가 상당하다"며 "궁극적인 정비 사업 속도를 위해서는 재초환 폐지가 빨리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 정비사업 용적률만 상향…민간 분야 완화는 우선 보류

관심이 높았던 민간 정비사업의 용적률(토지 면적 대비 층별 건축면적 총합의 비율) 완화도 제외됐다. 지난해 8·8 대책에 담겼던 민간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상향안은 집값 자극 우려에 보류됐다.

정부는 민간 대신 공공 재개발·재건축의 용적률을 상향했다. 기존 공공 재개발과 재건축의 법적 상한 용적률이 각각 1.2배·1배였다. 앞으로 1.3배를 적용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 겸 미국 IAU 교수는 "재건축의 사업성을 고려하면 용적률 상향이 필요하다"며 "주택 공급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 분야 대책 역시 충분히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확대방안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9.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실제 순증 '6만 8000가구 불과'…착공과 입주 시점 괴리

정부가 발표한 공급 물량 대비 실제 순증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정부는 5년간 수도권 공공택지를 통한 추가 공급 물량을 12만 1000가구로 추산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단순 시행 주체 변경(민간→공공)을 제외할 경우 실제 순증 물량은 6만 8000가구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착공과 입주 시점의 괴리도 한계로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공동주택 착공에서 입주까지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고준석 교수는 "이번 부동산 대책에는 단기적인 공급 대책이 없다"며 "2030년 착공이 이뤄져도 아파트 준공까지 4~5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강남과 용산 등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지영은 "핵심지역 수요를 직접 흡수할 수 있는 인센티브 설계나 제도 개편은 부재하다"며 "집값 상승세와 똘똘한 한 채 집중 현상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재초환은 개발이익 일부를 공공이 환수하는 순기능과 사업성 저하로 인한 공급 차질의 부작용도 있다"며 "당의 결정과 국회 협의에 따라 제도 운영 경과를 지켜보면서 폐지 또는 유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