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택 부지까지 내놓은 석화업계…현금 확보에 부동산 개발 카드
한화, 울산 사택 부지 분양…롯데·LG도 여수 사택 부지 개발 추진
계속된 적자로 재무개선 시급…지역경제 불안은 걸림돌
- 김종윤 기자,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최동현 기자 = 고전 중인 석유화학업계가 현금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사택 부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장기화한 불황 속에서 부동산 개발을 통한 수익 창출로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다.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단기간에 실적 반응이 어려운 만큼, 비핵심 자산 정리를 통한 현금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화(000880) 건설부문은 이달 울산시 남구에서 '한화 포레나 울산 무거' 분양에 나선다. 사업지는 과거 한화솔루션(009830)의 사택 부지였으며, 지난해 11월 계열사 에이치헤리티지에 1602억 원에 매각됐다. 이 계열사를 통해 한화그룹은 직접 사업을 추진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솔루션은 부지 매각대금뿐 아니라 지분 50%를 보유한 에이치헤리티지로부터 배당까지 챙길 수 있다.
롯데케미칼(011170)은 전남 여수시 사택 부지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총 2653가구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시에 제출했으며, 이 가운데 931가구는 사택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1722가구를 일반분양으로 추진한다. LG화학(051910)도 여수 사택 3곳을 1곳으로 통합하는 효율화 방안을 직원들에게 알렸다. 현재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금 유동성 확보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의 이 같은 행보는 장기 불황에 있다. 중국의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이 지속되며, LG화학(석유화학 부문)은 지난해 136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케미칼 부문)도 각각 8941억 원, 121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수익성 개선 전망은 어둡다.
사택 자체에 대한 직원 선호도가 낮아진 것도 부지 개발을 검토하는 배경이다. 1970 ∼1980년대 지어진 사택은 시설 노후화로 외면을 받고 있으며, 일부 사택은 공실률이 30%에 달한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회사 지원을 받아 신축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자녀 교육 등을 이유로 순천 등 외부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도 상당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 사업의 변수는 침체된 지역 부동산 시장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여수시 아파트의 3.3㎡당 올해 3분기 시세는 904만 원으로 2023년 말(898만 원)과 비교해 큰 변화는 없다. 여수 경제를 이끄는 석유화학 불황이 주된 원인이다.
특별한 인구 유입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일반분양은 미분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수시 미분양은 지난 6월 기준 467가구로 전년 동기(540가구)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인접한 순천시 미분양은 같은 기간 348가구에서 697가구로 두 배 늘었다.
특히 지역사회 반발이 거세다. 기업이 과거 저렴하게 매입한 부동산을 활용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이다. 기업들은 기부채납으로 이익을 공유한다는 입장이지만 지역 내 반대의 여론 여전하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노조와 지역사회 모두와 합의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빠른 추진은 어렵다"며 "사업을 진행해도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기대만큼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내부 시각도 있다"고 했다.
passionkj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