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대신 경매 택한 30대 여성, '큰손' 부상…전년比 41% 증가

분양 문턱 높자 경매로…전 연령·성별 중 최대 증가폭
신혼부부 대출·특례보금자리론 활용해 '내 집' 마련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2년 전 아이를 출산한 30대 후반 직장인 김알뜰 씨는(가명) 최근 서울 성동구의 전용 84㎡ 아파트를 경매로 낙찰받았다. 애초 분양을 통해 내 집 마련을 계획했지만 치솟는 분양 가격에 부담을 느껴 경매로 방향을 틀었다. 김 씨는 친정의 도움을 받고 신생아 특례대출로 자금을 마련했다.

올해 상반기 경매로 집을 산 30대 여성의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연령과 성별을 통틀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2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임의·강제경매에 나온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을 낙찰받아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30대 여성 매수인은 총 1637명(23일 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1162명)보다 41% 늘었다.

이는 강제 경매(714명)와 임의 경매(923명) 규모를 합한 수치다. '강제 경매'는 380명에서 714명으로, '임의 경매'는 792명에서 923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30대 여성은 올해 상반기 성별을 불문하고 전 연령대에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경매로 집을 낙찰받은 30대 남성은 1717명으로, 지난해 상반기(1585명) 대비 8.3% 늘었다.

집단별 증가율을 살펴보면 △60대 남성(1188명) 37% △40대 남성(2317명) 35.2% △50대 여성(1916명) 30.6% △50대 남성(1905명) 25% 순으로 집계됐다.

20대 남성의 경매 참여율도 눈에 띄었다. 경매로 주택을 매입한 20대 남성은 450명으로, 전년 동기(374명) 대비 20.3% 증가했다.

최근 30대 여성이 유독 경매 시장에 적극적인 것은 정책금융 대출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결혼·출산으로 조건을 충족한 이들이 신생아 특례보금자리론이나 생애 최초 디딤돌 대출 등을 활용하면서,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경매 시장에 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아파트 분양 가격이 대폭 오르고 청약 합격선이 올라가면서 이들의 경매 참여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30대의 경우 (중장년층과 비교해) 자금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분양가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경매'에 주목하고 있다"며 "최근 임의경매에 넘어가는 물량이 증가하면서 경매 참여율도 (자연스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30대 여성의 생애 첫 주택 구매자도 증가세다. 올해 상반기 처음 집을 사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끝낸 30대 여성은 총 4만 1879명(23일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