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생존 모드' 돌입…규제·미분양·공사비 '삼중고' 직면
건설안전특별법, 대출규제, 공사비 부담 등 겹치며 위기감 확산
"불황의 터널 끝 안 보인다"…업계, 앞다퉈 생존전략 모색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국내 건설사들이 전례 없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건설안전특별법, 고강도 대출 규제, 공사비 및 자재비 급등 등 전방위적 악재가 한꺼번에 닥치며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단기 회복보다는 장기 구조개혁과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이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이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해당 법안은 사망사고 발생 시 연매출의 3%에 해당하는 과징금 부과와 1년 이하 영업정지 등 강도 높은 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과의 중복 규제 가능성을 우려하며, 법안이 기업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주요 건설사 대표들도 신년사를 통해 업계 위기에 대한 절박함을 호소했다. 김보현 대우건설(047040) 대표는 신년사에서 "2025년은 앞으로 3년 중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내실경영을 언급했고, 삼성물산(028260) 오세철 대표와 GS건설 허윤홍 대표도 "어려운 한 해로, 생존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6월 27일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행된 대출 규제는 주택 매수 심리 위축을 불러왔고, 분양시장 냉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분양 성과가 부진해지고, 미분양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그 여파로 건설사들은 분양대금 회수 지연과 현금흐름 악화, 금융비용 상승 등으로 재무적 압박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5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6678가구,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 7013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지방 미분양 주택은 5만 1372가구, 준공 후 미분양은 2만 2397가구로 각각 전체의 약 77%, 83%를 차지한다. 부산, 대구, 경남, 경북 등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이 빠르게 늘고 있고, 지방 건설사들은 미분양 장기화와 현금흐름 악화, 금융권 대출 회수 압박 등 복합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공사비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시멘트, 레미콘 등 주요 자재 가격뿐 아니라 인건비, 땅값까지 상승하면서 3년 만에 공사비가 30% 이상 급등했다. 이달부터 민간 공동주택에도 제로에너지건축물 기준이 의무화되며, 84㎡ 기준 약 13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하지만 분양가 심사 등 규제로 실질적인 부담 완화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경기실사지수는 6월 기준 73.5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자금 조달, 자재 수급, 신규 수주 등 주요 지표 역시 모두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환율 급등과 국제 분쟁 등 대외 변수도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업계는 내실경영, 신사업 발굴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마다 자금 경색과 미분양 부담이 심각해 당장 올해를 버티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하반기에는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소 건설사 임원은 "공사비 인상, 대출규제, 정책 불확실성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제는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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