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 기준, 30년째 제자리…입주민 불만 '폭발'

가구당 차량 증가에도 '가구당 1대' 기준 유지
주차 갈등 폭행 사건까지 발생, 주택법 개정안 국회 발의 추진

강원 속초시 교동 모 아파트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할 자리가 없어서 이중주차를 한 모습. 뉴스1 ⓒ News1 최석환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1. 경북 경산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민 봉사단이 직접 주차규정과 단속을 시행하고 있지만, 가구당 2~3대씩 차량을 소유하는 현실 속에서 주차난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2.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정 주차구역을 둘러싼 다툼이 폭행 사건으로 번져, 법원이 가해자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는 등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민원 1위 '주차난'…입주민 불편, 해마다 커진다

아파트 단지 내 주차난이 입주민 간 갈등을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다. 주차장 설치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아파트 생활 지원 플랫폼 아파트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자사 모바일 앱에 등록된 민원 10만여 건 중 33%가 주차 관련 민원으로, 2년 연속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차공간 부족과 이중주차, 외부 차량 무단주차 등이 주된 민원 유형이다.

주차난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폭력, 불법주차, 긴급출동 방해 등 다양한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대구 수성구 매호동 한 아파트 승강기 내부에 게시된 '경사로 이중주차 자제 안내문'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차를 밀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30년째 '가구당 1대'…주차장 기준, 현실과 괴리

이 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은 1996년 도입된 '가구당 1대'라는 주차장 설치기준에 있다. 자동차 등록대수는 30년 새 6배 이상 늘었지만, 주차장 기준은 제자리걸음이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단지 773곳 중 435곳만이 등록차량보다 주차공간이 충분하다. 반면 나머지 단지들은 만성적인 주차난을 겪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기준보다 많은 주차공간을 확보해 분양 포인트로 내세우지만, 중소규모 단지나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최근 국회에서는 지역별 자동차 등록대수와 주차장 수급 실태를 고려해 주차장 설치기준을 강화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인구 50만 명 이상 도청 소재지에는 광역시 수준의 주차기준을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96년에 만들어진 주차 기준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건 행정의 직무유기"라며 "이번 개정을 통해 시민들이 정당한 주거권과 주차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