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획] 현대건설, "중남미 블루오션 찾아 건설신화 이어간다"

세계 각지에 19개 현지 지사 설립, 글로벌 사업체계 구축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라크루스 정유공장 위치도. 현대건설은 지난 6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PDSA 사와 29억9500만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확장 및 설비개선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 News1 이훈철 기자

현대건설은 지난 4월부터 2개월 단위로 직원들을 위해 원어민 강사가 진행하는 스페인어 강좌를 열고 있다. 스페인어 강좌는 모집 10분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News1 이훈철 기자

최근 중남미지역 국가들이 경제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 건설업체의 이 지역 수주가 늘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눈을 돌린 국내업체들에게 중남미지역은 아프리카와 함께 신사장 개척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며 현지 시장으로의 진출 붐이 일어나고 있다.

현대건설에는 지난 4월부터 업무시간이 끝난 뒤 사내 강의실에서 20여명의 직원이 원어민 강사의 강의를 들으며 스페인어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스페인어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등 남미 9개국을 비롯해 전세계 21개국에서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언어다. 낯설고 쉽지 않은 스페인어지만 원어민 강사의 말 한마디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스페인어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현대건설이 이렇게 스페인어 교육에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토목기술자부터 스페인어를 배워야 한다”는 최고경영자(CEO)의 열정에서뿐만 아니라 중남미시장 사업확대 및 신시장 공략 차원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순위 1위(2012년 기준)를 고수하며 건설신화를 이루고 있는 현대건설은 일찍부터 중동지역 플랜트 중심의 수주에서 범위를 넓혀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 중남미지역과 알제리,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등지로 해외시장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조직체계를 구축해 왔다.

시장 선점을 위해 현대건설이 가장 먼저 신경 쓴 부분은 현지화를 위한 현지 지사 설립이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중남미지역은 국내외 경쟁사들의 진입이 본격화되지 않은 곳으로서, 현대건설은 이 지역 요충지에 지사를 설립함으로써 시장을 선점하고 양질의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나가고 있다. 또한 시장 특성상 현지와의 밀접한 유대관계 형성은 필수 사항이다.

현대건설은 2010년 콜롬비아 지사 및 2011년 중국 지사 설립에 이어, 올해 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지사를 설립하고 3월에는 베네수엘라에 지사를 세웠다.

이밖에도 이미 현대건설은 현재 아시아에 8곳(뉴델리지사, 도하지사, 동경지사, 북경지사, 싱가포르지사, 하노이지사, 자카르타지사, 알마티지사), 중동 4곳(바그다드지사, 아부다비지사, 쿠웨이트지사, 알코바지사), 아프리카 3곳(트리폴리지사, 알제리지사, 요하네스버그지사), 아메리카 3곳(휴스턴지사, 카라카스지사, 보고타지사), 유럽 1곳(런던지사) 등 모두 19곳에 해외지사를 두고 있다. 또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UAE 두바이, 방글라데시 다카, 이란 테헤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 5곳에 연락사무소를 두고 글로벌 사업체계를 튼튼히 구축한 상태다.

또한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코트디부아르 발전소 수주에 이어 북아프리카 최대시장인 알제리에서 두 번째 수주를 이루어냄으로써 아프리카 신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 대우인터내셔널과 함께 11월25일 알제리에서 10억6000만달러 규모의 1200㎿급 복합 화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알제리 국영전력가스공사 소넬가즈(Sonelgaz)의 산하 발전자회사인 알제리 전력생산공사(Algerian Society of Electricity Production)에서 발주한 이 프로젝트는 알제리의 수도 알제(Algiers)에서 남동쪽으로 270㎞ 떨어진 아인 아르낫(Ain Arnat) 지역에 1200㎿급 복합 화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이 사업을 엔지니어링, 구매, 건설 등 전 프로젝트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Turn key)방식으로 공급하게 된다.

특히 이 공사 수주는 그동안 불모지에 가까운 북아프리카 불어권 전력시장을 집중 공략한 결과 얻어낸 성과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현대건설은 또한 미얀마 개방 이후 처음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참여하며 아시아 신규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현대건설을 비롯한 서부발전, 하나대투증권, BKB 등으로 이뤄진 한국 컨소시엄은 2012년 10월 4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가스복합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미얀마 정부(전력부)와 맺었다. 23년간 이어진 미국의 경제 제재 조치가 올해 초 풀린 후 미얀마 정부가 처음 발주한 SOC 개발 프로젝트에 현대건설이 참여하는 것이다.

미얀마 SOC 개발 사업은 미얀마 경제수도인 양곤 인근 타케타 지역에 가스복합발전소를 건설한 후 30년간 운영해 수익을 내는 대형 민자 프로젝트로, 총 사업규모는 7000억원 규모다. 한국 컨소시엄은 내년 2분기 발전소 건설에 착공, 2015년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중동지역 중심의 수주에서 벗어나 수주시장 다변화에 힘쓴 결과, 최근 신시장이라 할 수 있는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 공사를 잇달아 수주하고 있다"면서 "세계 건설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인재 양성에 힘써 신시장 개척 및 신사업 확대 등 미래성장 사업기반을 적극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