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아파트 난립 속 '무자본 갭투자' 성행…'깡통전세' 우려
추가 하락 예상 속 '공약' 호재 타고 '위험한 투기' 쏠림 우려
-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1. 충남 천안시 백석동 A 아파트 35평형은 지난 4월 1일 2억 6900만 원에 팔렸지만 보름 뒤인 4월 15일 3억 1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이 집의 갭(gap·매매가와 전세가 격차)은 마이너스(-) 4100만원이다.
#2. 천안시 두정동 B 아파트 24평형은 지난 3월 18일 1억 4500만원에 팔렸다가 열흘 만인 3월 28일 1억 55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이 집의 갭은 -1000만원이다.
충남 천안에서 무자본 혹은 단돈 몇백만원으로 아파트를 매입해 전세 놓는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계약과 동시에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깡통전세'나 전셋값이 떨어지는 '역전세'로 전락하는 셈인데, 시세가 현재보다 하락할 경우 피해 확대가 우려된다.
14일 아파트실거래가 제공업체 '아실'에 따르면 천안 서북구에서 최근 3개월간 이뤄진 갭투자 거래는 51건으로, 전국 기준 △경기 화성 △세종 △경기 용인시 수지구 △경기 시흥시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동탄신도시를 끼고 있어 같은 기간 갭투자가 74건이나 이뤄진 경기 화성에 비하면 거래 건수는 적어 보이지만, 상세 거래 현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갭이 지나치게 작아서다.
마이너스부터 200만~300만원 등 1000만원 이하 갭투자 거래도 여러 건 보인다. 그만큼 소액자본 혹은 무자본으로 매수한 투자(혹은 투기)자가 많다는 것이다.
상위 5곳 외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인천 연수구 △서울 강동구 △경기 평택시 △대전 서구 등 10위까지 통틀어도 정성적인 거래 현황 분석에서는 천안 서북구의 갭이 가장 작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충남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6.2%로 전국 평균 65.9보다 한참 높다. 서울 전세가율이 50.9%다.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 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최근 몇 년간 전국적인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아파트 건설이 수요보다 빠르게 난립, 매매가 하락세가 가팔라진 탓으로 풀이된다.
프롭테크 '호갱노노'에 따르면 천안시의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3291채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121채나 된다.
광역자치단체 기준으로는 현재 대구광역시의 미분양 물량이 1만3028채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데, 천안(인구 65만8000명,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코시스 기준)이 속한 충남(212만5000명)이 7508채로 경북(8878채, 259만명)에 이어 세 번째다. 경기(7480채)보다도 많고, 서울(1058채)·인천(3071채)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특히 천안을 중심으로 올해와 내년 충남 지역 입주 물량도 5만여채 예정돼 시세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충남의 올해와 내년 입주예정세대수는 5만659가구로, 전국에서 △경기 25만7848가구 △대구 6만3858가구 △서울 6만1752가구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이 같은 천안 및 충남 상황에도 갭투자가 성행하는 건 대통령 지역공약으로 천안아산 연구개발(R&D)집적지구 및 국가산업단지 조성으로 일부 호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3월 15일 천안 국가산단(미래모빌리티산업)을 포함해 신규 국가산단 지정을 발표한 이래 천안의 아파트 매매 거래는 월 약 350건으로 늘었다. 2020년 12월 653건 매매 거래 이후 2년여 만에 최대치다.
다만 지금처럼 집값이 하락 중인 데다 올해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소액 자본 혹은 무자본으로 이뤄지는 '위험한 투자' 유입은, 내년까지 전국에 미칠 깡통전세와 역전세 여파를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갭투자 성격이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전세가격이 올라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갭투자와 다른 하나는 매매가가 떨어지는 상황이 있다"면서 "천안은 후자"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 갭이 얼마 안 나도 하반기 이후 역전세 우려가 나면 전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이 더 늘 수 있다"고 했다.
또 "지금 주택시장 자체가 서울과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한데 투자수요나 후속 수요가 시장을 받쳐줄 수 있나 본다면, 천안 같은 경우 산업단지가 들어온다 해도 아직은 기반을 다지고 있는 육성된 산업은 부족하다"며 "호재가 미래에 반영될 때까지 전세가나 매매가 변화를 견디기엔 투자자 리스크가 크다"고 덧붙였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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