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강일 '토지임대부' 미래?…53년 된 용산 중산시범 재건축 현황은

1996년 재난위험 D등급 받았지만 30년 넘게 재건축 표류…시유지 문제 '걸림돌'
용산구 "서울시와 협의해 연내 감정평가 실시"

서울 용산구 이촌로에 위치한 중산1차시범아파트 모습. ⓒ Iam부동산 제공.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오는 27일 시작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반값 아파트' 고덕강일3단지 사전예약 접수를 앞두고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건설해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일정 기간 임대료를 받고 빌려주는 형태로, 분양 가격에서 지가가 빠지기 때문에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재산권 행사 제한으로 노후 시 재건축 관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970년 입주한 '토지임대부 주택 1호' 용산 중산시범아파트다.

올해로 53년 된 용산 중산시범은 강변북로를 달리다 보면 나오는 228가구 규모의 낡은 아파트 단지다. 재건축 얘기가 나온 건 30년도 더 전인데, 1996년 재난위험 D등급을 받으면서다. 지금도 주민들은 집을 전면 또는 부분 수리해 거주하고 있지만 벽에서 흙이 떨어지고 비가 새는 등의 문제가 허다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도 지난 30여년간 재건축이 추진되지 못한 이유로 재산권 행사 제한 문제가 거론된다. 서울시가 한때 시유지를 매각하려다 주민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했고, 지난 정부에선 공공재건축을 추진하다 유야무야 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인근 A 공인중개소는 "주민들 입장에선 공시지가에 가깝게 땅을 사고 싶어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재건축을 위해 땅값을 내고, 또 나중에 분양가 책정되면 분담금도 수억씩 내야 할 텐데 별로 남는 게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은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기 쉬운데, 중산시범의 투자 매력은 일반 주택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다.

재건축·재개발을 시행하려면 우선 '추진위원회 구성'을 한 뒤 토지소유자 4분의 3 이상 등 조합설립 구성 동의 요건을 충족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시유지를 불하받은 토지소유자 자체가 이 비중을 채우지 못해 추진 단계서부터 삐걱거린 것이다.

일단 지난 봄 중산시범 재건축추진위가 시유지 매입 가격을 임의 산정해 이를 바탕으로 주민 동의서를 받으면서 첫 발은 뗐지만, 결국 시유지 매입 가격이 나와야 주민들이 땅을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용산구는 서울시와 협의해 연내 감정평가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두 업체에 감정평가를 의뢰한 뒤 금액을 산출평균해 시유지 매각 가격을 정하게 된다. 구청 관계자는 "작년에 공유재산심위회에 상정돼 시유지 매각 결정은 된 상황이고, 올해는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할 계획"이라면서도 "가격이 정해지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임대부주택이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택한 사례도 있다. 1971년 서울시가 240가구 규모로 건립한 마포 용강시범아파트는 2000년 재난위험 D등급을 받은 뒤 리모델링을 추진, 2003년 강변그린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과정에서 총 9개동 중 7개동을 철거해 공원을 조성하면서 2개동 60가구 아파트로 규모가 줄었다.

다만 현재는 당시 조성한 공원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공터로 전락하고, 덩그러니 남은 2개동은 사실상 '나홀로 아파트'가 돼 향후 재건축은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인근 한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서울시는 몇 년에 한 번씩 주민들에게 시유지 불하 기회를 주고 있다.

결국 토지임대부주택의 명과 암이 분명한 만큼, 이에 대한 정보를 잘 숙지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과거의 실패를 번복하지 않도록 사전에 대안을 마련해둘 필요도 있다. 관련해 김현동 SH 사장은 "100년 가는 고급 아파트를 짓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추구하는 건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좋은 입지에 거주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결국 '투자'가 아닌 '거주' 목적이란 점을 수분양자도 분명히 인지하고, 향후 불거질 재건축 문제와 토지 임대 관련 사항에 대해 소유자가 바뀔 때마다 계약서에 명확히 해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거주에 방점을 찍기만 한다면 강남권 출퇴근이 가능한 입지와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이번 청약은 장점이 많다는 평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토지 임대료를 내야 해 사실상 월세주택이긴 해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고 입지도 좋아 구매력 낮은 MZ세대에겐 내집마련의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고덕강일3단지의 본청약 시점 추정가격은 약 3억5500만원, 임대료는 월 40만원(추정)이다.

sab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