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은커녕 갈등만…제각각 관리법에 멍드는 소셜믹스

분양-임대 관리법 이원화로 갈등 부추겨…관리비 등 다툼 지속
"결정 과정서 임차인 배제…'공동대표회의 구성' 법개정 시급"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자료사진) 2021.7.2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이기림 기자 =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이 한 아파트에 들어선 소셜믹스(혼합주택) 단지가 확대되는 추세다. 사회적·경제적 수준이 다른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살면서 계층간 화합을 이루겠다며 도입된 제도지만, 본래 취지와는 달리 구성원 사이의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아파트 잡수익 배분부터 커뮤니티 시설 이용까지 곳곳에서 분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관리법이 제각각이라 오히려 문제를 부추기고 있다. 소셜믹스를 확대하려는 서울시 방침이 뚜렷한 가운데 향후 갈등 소지를 줄이려면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단독 홍승철 부장판사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서울 마포구 W 아파트 10단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입주자대표회의는 SH공사에 공급 2747만4624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문제는 분양 가구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가 임대 가구들과 협의 없이 아파트 부수입을 처리하면서 불거졌다. 아파트 공용부분인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2015~2016년 수입을 분양 세대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한 것이다. SH공사는 임차인들 대표로 소송에 나섰다.

이 단지는 분양 142가구, 임대 719가구로 임대 가구 지분 비율이 80%다. 입주자대표회의에 맞서 임차인들의 권리를 주장할 단체가 사실상 부재해 문제가 벌어졌다. 소송을 겪으며 잡수익 문제는 분양과 임대 가구가 나눠 관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다른 혼합주택 단지의 갈등은 여전하다.

◇분양은 공동주택법-임대는 민특법…규정 충돌·법 규정 미비로 갈등 지속

소셜믹스 단지 갈등은 분양주택, 임대주택을 관리하는 법이 이원화된 데서 출발한다. 분양주택은 공동주택관리법(공동주택법)으로, 임대주택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으로 각각 관리한다. 소셜믹스 단지를 어우르는 법안 없이 한 단지에 두 개의 법이 같이 적용되다 보니, 상충하는 부분이 생기면 중재가 어렵다. 각자 근거로 드는 법령이 다른 탓이다.

통합 관리법이 없는 탓에 발생하는 갈등 중 하나는 잡수익 처리 관련이다. 재활용품 판매수입, 시설 임대 등으로 얻은 잡수익은 통상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사용처를 결정한다. 공동주택법은 장기수선충당금, 주택관리업자 선정과 같은 내용은 입주자대표회의와 임대사업자(SH공사 등)이 공동결정하도록 하지만, 잡수익과 부대시설 등에 대해선 따로 규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임차인이 참여하지 않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임의로 결정이 되더라도 임차인들은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소송을 통해 바로잡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근거 법률 한 줄만 있었더라도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할 수 있었단 지적이 나온다. 소셜믹스 단지에서 거주하는 한 임차인은 "성골과 6두품의 싸움"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커뮤니티 시설 관리비 공동 부담 문제도 자주 거론된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리비 부과를 결정해도, 임차인들은 낼 수 없다며 반대한다. 공동주택법과 민특법에서 정하는 관리비 부과 항목이 다르고, 민특법에서는 특정 항목 외의 비용을 임차인으로부터 징수할 수 없게 하고 있어서다. 분양 입주민들은 함께 사용하니 관리비를 공동으로 나눠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임차인들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맞선다.

혼합단지 내 주요 갈등사항 내용(서울주택도시공사 제공) ⓒ 뉴스1

◇공동대표회의 구성 등 법 개정 목소리 높아…"갈등 최소화 대책 시급"

주요 혼합단지 대부분이 서울에 집중된 상태라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서울시는 분양·임대 혼합단지 공동주택 표준관리규약을 마련해 갈등 관리에 나섰으나 분양주택 입주민들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반발하면서 이마저도 유야무야됐다. 지난해 2월 임차인대표회의도 의무화됐지만, 실질적 권한이 없어 유명무실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관리 법 체계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동주택법에 혼합단지 분양·임대 주민 공동대표회의 구성 및 공통관리규약 제정 근거를 명시하고, 공동결정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서울시내 임대주택을 관리하는 SH공사 측은 법 개정이 어려우면 혼합단지 관리 규정을 지방자치단체 조례로라도 위임해달라는 입장이다.

김현아 SH공사 사장 후보자는 의정활동 중인 지난 2018년 임차인들의 생활권 관련 내용은 공동대표회의로 정하도록 하는 공동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 공급 확대를 공통 목표로 내세운 가운데, 혼합단지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이유다.

오정석 SH공사 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더불어 산다는 제도 취지를 살리고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과 같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임차인 몫을 지키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SH공사의 역할 범위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법의 테두리는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