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55년된 서대문구 좌원상가, '도시재생'으로 새봄 맞는다

1966년 준공 …화재이력·낡은 외벽 등 안전위험
입주민 주로 고령층…내몰림 방지 '도시재생' 한수

좌원상가아파트 복도 모습 시멘트 가 드러난 낡은 외벽이 보인다. /김희준 ⓒ 뉴스1

(서울=뉴스1) 김희준 기자 = "보시면 상가의 지반이 도로 아래에 있죠? 상가 앞 도로가 여러 번 보수되면서 층이 높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반지하상가처럼 돼버렸네요. 낡은 것도 문제지만 비가내리기라도 하면 난리도 아니죠."(서대문구청 관계자)

◇시멘트가 드러난 외벽…당장이라도 무너질듯 낡은 좌원상가

지난 4일 서대문구 가좌역을 방문했다. 인근 사회적경제마을센터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해 '위험건축물 정비형 도시재생방안'을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위험건축물 정비형 도시재생이란 기존 도시재생의 틀을 위험건축물까지 확대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시재생은 통상 지역주민의 생활여건 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큰 틀에서 입주한 상인과 입주민의 생활여건을 위협하는 위험건축물도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보고 그 범위를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험건축물 정비사업과 도시재생의 '콜라보'인 셈이다.

'콜라보' 사업 대상인 좌원상가아파트는 사회적경제마을센터의 도로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1966년 준공된 국내 최초 주상복합건물(상가 74실, 공동주택 150가구)로 신축 당시만 해도 '빌딩'으로 부를 만큼 높은 위용을 자랑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낡고 기능이 수명을 다했다. 지난 3월 진행한 정밀안전진단 결과에선 E등급으로 판정받았다. E등급은 건물 입주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수준이라 원칙대로라면 상가와 입주민 모두 즉시 이주를 해야 한다.

건물 1~2층은 상가, 상층은 주택으로 쓰고 있었다. 1층 입구가 반지하처럼 도로에서 30㎝나 내려앉았다. 현장을 동행한 서대문구청 관계자에게 지반침하를 물었더니 50년 넘게 바로앞 도로를 개보수하면서 아스팔트가 덮은 높이란다. 올 여름 기나 긴 장마때 고생스러웠을 것 같았다.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좌원상가아파트의 모습. 서대문구와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날 위험건축물(좌원상가) 정비형 도시재생방안을 발표했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E등급을 받은 좌원상가아파트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을 통해 공공임대상가, 생활SOC, 공공임대주택, 분양주택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2020.1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55년 좌원상가아파트, 도지재생 랜드마크로 거듭날까

새로 칠한 페인트는 드러난 시멘트를 다 가리지 못했다. 당장 허물어져도 이상이 없을 정도로 곳곳이 패였다. 계단의 모서리 끝은 오랜 걸음에 마모됐다. 복도 벽에선 전선들이 어지럽게 나와 있다. 이미 큰불이 난 적도 있다고 한다.

몇몇 양품가게와 소매품점, 노인들을 위한 콜라텍이 들어선 상가층을 올라서면 낮에도 어두운 아파트 복도가 나온다. 150가구가 들어서기엔 확실히 작은 층과 공간이다. 공간을 쪼개 임대를 놓았다고 한다. 입주민 대부분이 영세한 노인층이라 도시재생을 선택한 지자체의 고민이 조금 이해가 간다. 주거취약층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는 생각이다.

옥상으로 올라가니 옥탑방으로 쓰다 지금은 버려진 건물이 보인다. 현장 관계자는 "아마 불법으로 임대하다 적발돼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범지대로 쓰일 수 있을 만큼 을씨년스런 모습이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니 사회적경제마을센터에서 건너 봤을 땐 유독 혼자 낡아 보이던 좌원상가를 방패로 딱 그 너비만큼 낡은 마을촌의 모습이 숨겨져 있었다.

서대문구청 도시재생 담당자는 "우선 좌원상가를 개선하고 뒤편의 주민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도시재생을 따라오기 바라는 마음이 크다"며 "차차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할 곳들"이라고 전했다.

아직 입주민과의 협상 전이기 때문에 질문은 조심스러웠다. 주거환경에 대해선 '고만고만'하다는 평가다. 오랜 세월 질 낮은 주거환경에 익숙해진 탓에 큰 기대감이 없어서다. 현장에서 만난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의 기대만큼은 남다르다.

문석진 구청장은 "상가는 현재 철거와 신축 등 정비가 시급할 만큼 위험도가 높다"며 "264명의 소유관계와 낮은 사업성, 세입자 이주대책 필요 등에 따라 그간 주민의 자력 개발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 도시재생과 연계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국토부, 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이 복잡한 소유관계를 정리할 수 없다.

3개 기관은 사업성이 없는 부분을 공공주택 확보를 통해 해결하고, 소유권 해소와 입주민 설득은 지자체와 정부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국토부는 내년 9월 좌원상가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해 오는 2025년 완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저층부(지하 1층~지상 2층)엔 공공임대상가, 생활SOC(체육시설) 등으로, 고층부(3~34층)는 공공임대주택(73가구)과 분양주택(166가구) 등으로 계획된다.

좌원상가에서 신속한 이주를 유도하기 위해, 주택세입자에겐 주거이전비, 이사비 등의 보상 외에도 주택도시기금 '안전주택 이주자금' 상품을 통해 전세금 대출을 지원한다. 상가세입자가 공사기간 중에도 생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인근에 임시상가(약 50가구)를 마련해 제공할 계획이다.

공사가 완료하면 주택세입자는 조성되는 공공임대주택에, 상가세입자는 공공임대상가(37가구 내외)에 입주해, 둥지내몰림 없이 재정착할 수 있다.

한편 이날 현장을 방문한 김현미 장관은 "생업과 안전, 환경개선을 모두 챙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주거복지의 모든 방안을 쏟아부은 것으로 안다"며 "좌원상가를 기점으로 위험건축물 재생사업이 더 활성화되도록 위험건축물 재생사업 특별공모를 추진하는 등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h99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