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강화하니 은행 甲질 재현…지정 법무사로 '바가지 등기' 강요

주택 등기 이전 은행서 지정한 법무사로 해야 대출
일반 등기보다 2~3배 비싸…고스란히 소비자 부담

박모씨가 일반적으로 내는 수수료는 75만9000원. 셀프 등기나 최저 비용은 이보다 더 저렴한 편이다.ⓒ News1

(서울=뉴스1) 진희정 전준우 기자 = #박모씨(37)는 다음달 서울 영등포 소재의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각각 N은행과 S은행 지점을 찾았다. 8·2부동산대책 발표 후 금융권 대출이 강화됨에 따라 신속히 대출을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N은행과 S은행의 대출 담당자들은 반드시 각 은행에서 지정한 법무사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것을 강요했다. 이미 박모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최저 비용으로 등기를 해주는 법무법인을 선정해 사전신청서까지 작성해둔 상태였다.

시중은행이 법무사를 지정해 등기절차를 수행해야 하는 조건을 내세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아파트 계약시 대출을 통해 잔금을 치르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높은 수수료의 특정 법무사를 지정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규정에도 없어 은행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실제 부동산 이전등기는 매매후 자신의 법적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반드시 해야하는 절차이지만 그동안 소비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출은행 등에서 지정한 법무사를 통해 처리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또 간혹 비용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혹시 있을지 모를 불이익과 불안감으로 기존 관행대로 진행돼 왔다.

은행이 법무사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비용 절감 차원이다. 법무사에게 일을 맡기면 소비자의 돈으로 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법무사에게 생색도 낼 수 있다. '꿩 먹고 알 먹기'다. 과거 일부 은행에선 특정 법무사에게 일을 맡기는 대가로 일부 은행 운영 경비를 지원받았다는 말도 있다.

박모씨가 전용 59㎡ 기준 등기이전을 할 경우 내야하는 수수료는 75만9000원이다. 박모씨가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낸 등기비용은 15만~30만원이다. 은행이 지정한 법무사에게는 일반적인 수수료보다도 높다.

인터넷 입주자 모임 등에는 박모씨 외에도 이런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서 4억6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등기할 때 드는 비용은 620만원에서 570만원선. 법무사에 따라 50만원 넘게 차이가 난다.

소유권 이전시 드는 고정비용은 취득세와 교육세 1.1%, 인지대 15만원 등이다. 즉 취득세, 교육세, 국민주택채권 할인, 인지대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법무사 수수료인 셈이다. 국민주택채권은 매입과 동시에 할인해 매도가 가능한데 시가표준액의 2.6% 정도 내는 셈이 된다.

법무법인 은율 소속 장혁순 변호사는 "소유권이전 등기를 대행하는 법무사들의 대행수수료는 거래가액이 높을수록 누진돼 적게는 몇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이 넘기도 한다"며 "은행이 소비자들의 선택은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 절차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직접 공부하거나 최저가로 알아보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해당은행 관계자들은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다)며 은행이 법무사를 정할 수 없고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대부분 정해 은행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민원인 요청대로 진행된다면 당일자 소유권 이전과 설정이 동시에 진행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소유권 이전과 근저당설정 등기 사이 권리침해가 발생한다면 채권보전에 문제가 생겨 실무에서는(시중은행 모두)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j_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