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철저한 사전 준비로 말레이 '고수익 현장' 개척

[해외건설 위기 돌파 , 신사업·고수익 현장을 가다]TNB 패스트트랙 프로젝트 3A
말레이 첫 신공법 대거 적용…계획比 4개월 앞서 공기 소화
"주인은 현장이다" 시공 관점 공사관리로 '시간+비용' 절감

(말레이시아 만중=뉴스1) 최동순 기자 = 해외건설산업은 2010년대 초반 저가 수주한 중동 프로젝트들로 인해 아직도 어닝쇼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최근 저유가 추세에 중동국가들의 발주는 급감하면서 위기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위기 뒤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이 있듯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독자적인 기술력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수주가 가능한 신성장동력 프로젝트와 신시장 개척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정부도 기존 플랜트 건설 위주의 국가간 협력 관계를, 교통·수자원·신도시 등으로 발전시켜 나가면서 건설사들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이에 뉴스1은 위기 돌파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 건설업체의 해외 현장을 찾아 이같은 노력들을 생생하게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TNB 패스트트랙 프로젝트 3A 현장 초입 전경 ⓒ News1

대림산업이 말레이시아 현장에 각종 신공법을 도입하며 현지 건설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1000MW(메가와트)급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45개월(2014년1월~2017년 9월)만에 완료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공기를 4개월이나 앞당겨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적용된 신공법에 대해 설명하는 장종기 상무(프로젝트 담당임원)의 얼굴에는 확신과 자신감이 넘쳐났다. 그는 작업 착수(NTP) 4개월여 전부터 진행한 철저한 환경분석이 성공적인 프로젝트 수행을 가능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박충민 현장소장이 패스트트랙 3A 프로젝트 보일러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News1

TNB 패스트트랙 프로젝트 3A 현장은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품푸르에서 북서쪽으로 260㎞ 떨어진 만중(Manjung)에 위치하고 있다. 1000메가와트급 보일러와 스팀터빈 등 석탄화력발전소를 설계·조달·시공해 시운전까지 완료한 뒤 사업자에게 넘기는 EPC 럼썸 턴키 방식(EPC Lump Sum Turn Key)이다.

M5(만중-5)라고도 불리는 프로젝트는 '패스트트랙'이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사기간이 상당히 짧다. 통상 1000메가와트급 발전소 프로젝트의 공기가 50개월인 것과 비교해 5개월 정도가 짧은 셈이다.

앞서 프랑스 알스톰 사가 건립한 1000메가와트급 M4 발전소의 공기 48개월과 비교해서도 3개월이 짧다. 알스톰은 1928년에 설립된 프랑스의 다국적 운송·발전 설비 제조업체로 발전 플랜트 분야에서 톱5에 드는 세계적 기업이다.

13년만에 재진출한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이처럼 '빡빡한'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에 대해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사업주 TNB 측도 수차례 프레젠테이션을 요구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대림산업은 철저한 사전 분석으로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대림산업은 2013년8월 수주계약을 체결한 직후부터 프로젝트 팀을 꾸려 말레이시아 시장 분석작업에 착수했고 좁은 사업부지·지반 상태·행정 절차 등 사업 여건을 고려해 걸맞는 밑그림을 마련했다. 강관파일(Steel Pile)·스탠드잭(Stand Jack)·40톤급 타워크래인 등 공기를 혁신적으로 단축시킨 공법은 모두 이 시기에 계획된 것이다.

패스트트랙 A3 프로젝트의 공정률은 6월말 기준 54.13%로 당초 계획 대비 4.86% 앞서가고 있다.

◇강관 파일링 등 말레이 첫 공법 대거 도입…비용+시간 절감

보일러 유닛(왼쪽)과 사업장 전경(오른쪽) ⓒ News1

이번 프로젝트 현장의 차별성은 초기 파일링 공사부터 나타났다. 대림은 통상적으로 사용되던 보드파일(Bored Pile) 공법 대신 강관파일 공법을 말레이시아에서 처음으로 적용했다. 매립지인 특성을 고려해 연약한 지반에도 안전성을 유지하도록 60m길이의 강관을 사용했다. 앞서 진행된 알스톰사 M4공사에서 해당 공정에 6개월을 소요한 것과 달리 1.5개월만에 공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대림은 또 설계 초기부터 40톤급 타워크레인을 설치해 전체 발전소 시공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400톤급 이상의 이동식 크레인을 활용하기에는 사업부지가 협소하다는 판단에서다.

보일러와 스팀터빈 등 각 유닛이 타워크레인 범위를 중심으로 배치됐고 무거운 장비를 들어올리는 거의 모든 작업에 타워크레인이 활용됐다. 말레이시아 최초로 40톤급 타워크레인이 적용돼 초기 인허가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설치 이후 시공 유용성이 크게 증가했고 말레이시아 현지 업체들로부터 "프로젝트 완료 후 우리가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며 '러브콜'을 받는 '인기상품'이 됐다.

스탠드잭을 활용한 헤비거더 상량도 공기와 비용을 크게 단축시킨 혁신 설계로 꼽힌다. 헤비거더는 보일러 설비를 지탱하는 대들보로 M5 발전소에는 330톤·180톤·120톤 등 3개가 설치됐다. 통상 헤비 거더 상량작업에는 대형 크롤러크레인이 사용된다. 하지만 기존 발전소들이 밀집해 사업지 입구 및 부지가 협소한 이번 프로젝트의 특성상 크롤러크레인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2300톤급 크레인이 적용되면 250만달러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대림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1000MW급 발전소 헤비 거더(Heavy Girder) 상량 작업에 스탠드잭을 사용했다. 스탠드잭은 구조물 상단에 설치돼 무거운 물체를 유압 방식으로 천천히 끌어올리는 장비다. 초기부터 스탠드잭을 사용을 결정한 뒤 맞춤형 설계를 진행했고 비용이 크게 축소됐다.

이밖에도 FGD서플라이에 물을 공급하고 다시 내보내는 배관 공정에는 보나파이프(Bonna Pipe)를 적용하고 순환수 공급 배관은 스틸파이프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현재 시공 초기단계인 순환수 흡기 장치(Circulating Water Intake System)에는 기존 '오프쇼어 인테이크 터널'대신 쉴드터널공법을 말레이시아에서 처음으로 적용해 시간과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주인은 현장이다'…효율적 공사관리로 고수익 현장 개척

장종기 대림건설 상무(프로젝트 담당임원) ⓒ News1

플랜트 사업에서 공사기간 준수는 사업의 수익성과도 직결돼 프로젝트의 현황을 알아볼 수 있는 척도다. 약속된 공기를 지키지 못할 경우 인권비 등 추가비용이 발생하며 원가율 악화로 인한 '적자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 계약상의 불이익은 물론 건설사의 신뢰에도 큰 타격을 받게된다.

패스트트랙 3A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특별할 것 없는' 프로젝트에서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절감해 당초 계획을 상회하는 수익성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경쟁사들은 앞다퉈 현장 방문을 요청하는 등 프로젝트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하는 눈치다. 국내 대형 건설사를 비롯해 해외 발전 프로젝트 기업들이 현장 방문을 진행했고 해당 프로젝트에 보일러와 터빈 설비를 공급하는 일본 미쓰비시히타치 파워시스템즈(MHPS)는 공사관리 능력 견학 등을 위해 방문을 요청한 상태다.

말레이시아 현지의 관심도도 높다.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해 말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직접 대림산업 현장을 거론하며 프로젝트의 중요성과 상징성을 강조했다.

패스트트랙 3A 프로젝트 현장 사무소에는 '주인은 현장이다·실기하지 말자'라는 표어가 곳곳에 붙어있다. 장종기 상무는 "통상 EPC사업에서는 E(설계)와 P(조달)을 강조한 나머지 C(시공)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라며 "우리는 C가 주인이라는 자세로 시공의 입장에서 설계·조달을 진행했고 그것이 성공적 공사관리에도 도움을 줬다"라고 말했다.

dos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