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최첨단 'TBM공법'의 강자…전력구 터널 무결점 시공

[해외건설 위기 돌파 , 신사업·고수익 현장을 가다]
하루 4.63m씩 뚫는 고된 현장…-진흙 수압을 가해 막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방법
깐깐한 관리감독으로 발주처로부터 최우수 시공사로 선정

(싱가포르=뉴스1) 진희정 기자 = 해외건설산업은 2010년대 초반 저가 수주한 중동 프로젝트들로 인해 아직도 어닝쇼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최근 저유가 추세에 중동국가들의 발주는 급감하면서 위기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위기 뒤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이 있듯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독자적인 기술력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수주가 가능한 신성장동력 프로젝트와 신시장 개척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정부도 기존 플랜트 건설 위주의 국가간 협력 관계를, 교통·수자원·신도시 등으로 발전시켜 나가면서 건설사들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이에 뉴스1은 위기 돌파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 건설업체의 해외 현장을 찾아 이같은 노력들을 생생하게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TBM이 굴착하고 간 자리를 세그먼트로 후방에서 안전하게 복공 작업을 반복하면서 터널을 축조해 나가고 있다. ⓒ News1

"현장에서도 쉽게 보지 못하는 광경을 보고 계시는 겁니다. 압력이 가해진 상태서 대기중이죠. 이런 식으로 하루 4.63m씩 지반을 뚫고 지나갑니다."

싱가포르 전력회사 '싱가포르 파워'사에서 발주한 지하 케이블 터널 공사현장인 NS3 공구. 현대건설은 싱카포르 앙모키오와 메이로드를 연결하는 총 7.2㎞의 전력구 터널을 약 2810억 원에 수주해 2018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2012년말에 착공한 이 공사는 어느덧 4부 능선을 넘어섰다.

지하 60m 수직구 공간을 내려가기 위해서는 발주처인 싱가포르 파워사로부터 교육을 받은 후 안전장비를 갖춰야 한다. 보호안경이나 허리춤의 안전벨트를 채우지 않으면 다음번 출입은 커녕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현재 싱가포르 정부는 좁은 땅 면적 때문에 지하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력구 공사는 기존 노후화된 전력선을 고압(400㎸) 전기 케이블 등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다.

현대건설을 비롯해 우리나라 주요기업(삼성물산·SK건설)이 싱가포르 전력구 공사를 싹쓸이하고 있는데 그중 NS3 공구는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에 위치해 있어 공사 난이도가 가장 어려운 곳으로 꼽히고 있다.

홍의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중심지구에 위치해 있어 소음 민원 뿐만 아니라 건물 침하 등을 신경써야 한다"면서 "이에 따라 작은 계측값의 변화에도 예의주시하며 돌발 상황에 항상 대응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TBM 기계의 앞쪽에 있는 기밀실. 압력이 가해지는 공간이다. TBM은 굴착 전용 기계로 폭약을 사용해 발파하는 방식과 달리 회전 커터로 전단면을 파쇄해 굴진하는 첨단 기계다. ⓒ News1

◇최첨단 기술력과 자신감 없으면 시행 조차 할 수 없는 작업

싱가포르 전력구 공사는 지하 깊은 곳에서 터널보링머신(TBM) 공법을 적용해야 한다. 굴을 뚫음과 동시에 터널 벽면을 완성하는 방법이다.

내경 7m의 쉴드(Shield)라 불리는 강재 원통을 지중으로 추진시켜 지반의 붕괴를 방지하면서 굴착 작업을 하고 후방에서 안전하게 복공작업을 반복하면서 터널을 축조해 나가는 공법이다. 일반적으로 하루 3~4m정도를 뚫으며 전진하는데 이 현장에서는 4m이상씩을 뚫고 있다.

이 공사에 투입된 TBM 기계만 3대다. 터널 내 작업환경도 일반적인 공법에 비해 깨끗하고 현장 관리를 위해 섭씨 28도를 유지해야 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발주처 요구에 따라 벤토나이트 이수식(슬러리) TBM 공법을 이용중"이라며 "싱가포르 내에서도 진흙 수압을 가해 막장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 60m 깊이에 도달하기 위한 수직구 3개와 터널은 물론 환기빌딩과 설비빌딩 등을 각각 1개소씩 건설해야 하며 각각의 수직구를 통해서 터널을 굴착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TBM 장비의 특성상 초기 굴착 때 전체 길이가 100m나 되는 TBM 전체 설비가 완전히 설치되기 전까지는 작업 효율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앞서 기자가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 바로 압력을 가한상태에서 커터를 바꾸는 작업자를 위한 Manlock 및 Medical lock이다. TBM 기계는 원형의 단면으로 굴착이 되고 비발파 작업이기 때문에 압력을 가하면서 전진해야 한다. 그만큼 진동이 없고 안전하다는게 장점이지만 압력을 가하는 시간이 잠수사들의 물속 작업 시간과 같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

국내 현장에서 TBM 공법으로 '싱크홀(공동현상)'이 일어난다는 지적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히려 무지에서 시작된 오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굴착하는 토사와 나오는 토사의 양이 같기 때문에 공동현상이 발생할 수 없고 지반이 연약한 곳은 바로 보강방법인 그라우팅(groutning)작업을 선행하고 있어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TBM 공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발주처 및 현장 직원들이 안전 시공을 위해 손도장을 찍어놓은 모습. ⓒ News1

◇깐깐한 발주처도 인정하는 현대만의 '노하우'

싱가포르 정부의 관리감독은 우리 기업들이 대표적으로 애를 먹는 부분이다. 홍의 현장소장은 "싱가포르 발주처들은 우리나라 건설기업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이지만 관리감독은 예외없이 철저하게 이뤄진다"며 "주간회의, 월간회의, 수시점검 등을 통해 추진경과와 안전을 살피고 개선할 사항을 끊임없이 논의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현대건설은 우리나라가 수주를 맡은 NS공구에서도 월등한 성과를 내며 지난해 최우수 시공사로 선정됐다. 발주처가 다른 현장 관계자를 한 번씩 데리고 오는 견학코스가 되기도 했다.

NS3공구는 중심업무지구와 싱가포르 외곽도로 밑이라는 어려운 현장 여건 속에서도 터널 관통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정밀한 기술력과 단 한 건의 안전사고와 민원 발생 없는 완벽한 시공관리 능력으로 까다롭기로 소문난 싱가포르 정부도 의심의 여지없이 무한 신뢰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홍 소장은 "안전관리, 공정관리, 품질관리, 민원관리 등 운영 전반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무엇보다 현대건설은 TBM 기계도 자체 제작하고 현장 외국인 관리까지 직접 나서면서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하루의 공종이 4~5m씩만 진척되는 이 현장을 싱가포르 지하 개발 사업의 첨병역할을 맡기고 있다. TBM 공법을 원하는 싱가포르 발주처의 요구와 이에 맞는 안전한 시공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있을 지하철 공사나 터널 공사에 적극 나서겠다는 전략에서다.

이 소장은 "현대건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공사정보 간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해외지사 직원이 현지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플랜트 시공부터 개발투자 경쟁력 확보 및 리스크 관리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으로 어떤 현장이든 손해 보는 공사는 하지 않을 자신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하 60m에서 작업이 진행되는 NS3 현장. TBM 기계를 설치하기 위해 수직구를 뚫게 된다. 공사가 마무리 되면 매립할 계획이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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