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광호텔 건립 규제 완화…공급과잉 '불씨' 될라

[8·12 투자활성화 대책]서울시, 건립예정 물량만 2만862실…과잉 공급 우려
관광호텔 보다는 대체 숙박시설 육성에 힘써야

'송현동 호텔건립반대 시민모임' 활동가들이 학교 주변 호텔건립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정회성 기자ⓒ News1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정부가 학교 인근에도 관광호텔을 건립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관광호텔을 지을 때 일반 건축물보다 용적률을 더 높여주는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의 효력도 더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에 미리 대비하는 동시에 관광숙박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해 내수경기 진작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후 관광호텔 건립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규제완화가 자칫 관광호텔의 과잉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학교 인근 등 관광호텔 건립부지 확보…사업자 용적률 특례 조항도 유지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7개 관계부처가 12일 발표한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에는 관광호텔 건립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가 관광호텔 건립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기로 나선 배경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에 비해 객실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외국인 관광객은 102% 증가한 반면 호텔의 객실수는 44%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숙박수요를 소화하려면 서울에서만 2016년까지 관광호텔 약 1만7000실을 더 확보해야 하지만 건립부지가 부족해 호텔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서울시의 경우 관광주택을 지을 수 있는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의 비율이 전체 부지의 4.5%에 불과하다"면서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수요를 충족하려면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는 땅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학교 인근의 남는 땅에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관광진흥법을 개정하고 용도상향을 통해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 부지를 꾸준히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또 관광호텔을 짓는 사업자에게는 용적률을 높여주는 방식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2015년 일몰이 예정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의 효력을 더 연장하고 제2·3종 주거지역에 건립되는 관광호텔에 제공되던 용적률 특례 조항을 계속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연장 기간은 세부계획을 수립하며 정할 예정으로 제2종과 제3종 주거지역에 지어지는 관광호텔은 법적상한 용적률보다 각각 50%포인트, 100%포인트 높은 300%, 400%의 용적률을 적용받게 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용적률을 높여주면 그만큼 사업성이 높아져 기업들이 관광호텔을 짓기가 보다 손쉬워진다"며 "관광호텔 1개를 건립할 때 평균 170억원의 투자가 이뤄지고 일자리가 약 400개 창출되는 효과도 있어 경기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2000년 중반 이후 관광호텔 급증…건립예정 물량만도 이미 '포화'

정부가 관광호텔 건립에 대한 규제 개혁에 나서자 시장에서는 자칫 호텔 과잉 공급에 따른 객실 가동률 하락 등 부작용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관광호텔 건립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외국인 관광객들의 호텔 선호도는 높지 않아 대체 숙박시설의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 오히려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수요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8년 131개에 불과했던 서울시의 관광호텔은 2009년 137개, 2010년 139개, 2011년 146개, 2012년 161개, 지난해에는 192개까지 늘어났다. 지난달을 기준으로 서울시에 등록된 관광호텔은 총 212개소, 3만1712객실에 달한다.

서울시에 건립이 예정된 관광호텔 역시 정부가 확충이 필요하다고 파악한 객실수를 웃도는 실정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건립이 예정된 호텔은 총 133개소, 2만862실이다. 정부가 2016년까지 서울에서 확충이 필요하다고 파악한 관광호텔 객실 수량인 1만7000실보다 1만실이 더 많다.

관련법에는 관광호텔에 대한 사업계획 승인이 이뤄진 날부터 2년 안에 시행자가 공사를 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업은 이보다 더 빠르게 진행된다. 서울시는 보통의 경우 관광호텔의 사업계획 승인이 이뤄지면 1∼2년 안에 공사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건립이 예정 중인 관광호텔 2만862실은 대부분 지난해와 올해 사업계획 승인이 떨어진 물량 들이다. 2016년까지 이 물량의 80%만 건립이 끝나도 정부가 공급이 필요하다고 추산한 수량을 웃돌게 된다.

호텔 업계의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건립이 예정된 호텔 숫자만 감안해도 관광호텔은 이미 포화 상태"라며 "정부가 용적률을 높여주는 특례조항을 계속 유지하게 되면 관광호텔의 공급 과잉을 부추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관광호텔 업계의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숙박수요를 소화하려면 관광호텔이 아닌 대체 숙박시설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들이 호텔보다는 다른 숙박시설을 더 선호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서울시의 대체 숙박시설은 도시민박업이 512개소 1609실, 한옥체험업과 굿스테이서울(고급 모텔)이 각각 79개소 328실, 89개소 3214실에 불과하다. 관광호텔 3만1712실에 비해 대체 숙박시설의 수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수기에는 객실 가동률이 40%∼50% 수준으로 떨어지는 관광호텔을 더 짓기보다 공급이 부족한 대체 숙박시설을 늘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제공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며 "이번 방안의 경우 관광호텔을 건립하는 사업자에게 과도한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관련 기업들에게 특혜를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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