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건설사 '고난의 행군' 언제까지…상장폐지에 폐업위기
자본잠식 해소 난항…벽산건설 55년만에 문닫나
워크아웃 후 자금지원 지지부진…극단적 상황 몰려
- 전병윤 기자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법정관리 중인 동양건선산업은 지난 26일 법원에서 채권의 현금변제와 출자전환 비율을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변경안'을 심의했으나 법원의 허가를 받지 못해 결의도 하지 못한채 종결됐다.
회생계획변경안은 채권의 출자전환 비율과 현금 변제비율을 각각 85%, 15%로 조정해 종전 비율인 39%, 61%보다 출자전환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말 자본 전액잠식 상태에 빠진 동양건설산업의 재무개선을 위해선 당장 갚아야 할 채권의 비율을 줄여주는 대신 빚을 주식으로 전환, 자본을 확충해 줄 수 있는 출자전환 비율을 늘림으로써 자본잠식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한 방안이다.
하지만 법원은 회생계획변경안의 전제조건인 50억원 차입을 확정짓지 못하자 불허했다.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회계법인에서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해 현금흐름을 양호하게 하려면 50억원 가량의 자금을 차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금융회사로부터 대출 약정서를 받아서 제출했는데 이를 인정해주지 않아 회생계획변경안이 통과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외부 뿐 아니라 내부자금을 마련해 회생계획변경안 통과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벼랑끝에 몰리자 소액주주들도 나섰다. 한 소액주주 관계자는 "소액주주들끼리 기금을 조성해 부족한 자금 50억원을 마련한 뒤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양시멘트의 경우 2,3차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부결되자 법원이 주주와 회생채권자의 권리보호 조항을 설정한 뒤에 회생계획안을 강제로 인가했다"며 "동양건설산업은 17년 연속 흑자를 낸 견실한 업체로 삼부토건과 공동사업을 벌였던 서울 헌인마을 프로젝트의 부실로 텀터기를 써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점을 고려하면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통과시켜 경영정상화를 통해 채권자를 보호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벽산건설의 운명은 기구할 정도다. 1958년 한국스레트공업에서 출발해 55년의 역사를 가진 벽산건설은 '블루밍'이란 아파트 브랜드를 달고 주택사업을 활발히 벌여 2003년 시공능력순위 15위까지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2010년 두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건설업계는 벽산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후 채권단으로부터 자산매각과 구조조정 여파에 시달려 사실상 재기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본다.
앞날이 보지이 않던 벽산건설은 2012년 6월 뒤늦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마지막 '불꽃'을 뿜기도 했다. 지난해 중동 카타르 투자자인 '아키드컨소시엄'이 경영권 인수를 선언하자 벽산건설의 주가는 보름새 350%나 폭등하면서 '작전' 세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본계약을 앞두고 아키드컨소시엄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벽산건설 인수를 포기했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기업회생의 최후 보루로 여겼던 M&A마저 물건너 간 벽산건설은 -1383억원에 달하는 자본총계를 해결할 길이 없자 지난 14일 서울지방법원에 법정관리 폐지를 신청하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법원은 회생절차를 종료하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고 벽산건설은 문을 닫는다. 앞으로 채무관계에 따라 벽산건설에 남은 자산을 매각해 나눠갖는 빚잔치를 벌이게 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벽산건설이 갖고 있는 자산이 거의 없는데다 연초에 연말정산서류를 접수하려고 해도 본사 담당직원들이 그만두고 없어 하지 못했을 정도로 사실상 문을 닫은 회사나 마찬가지였다"며 "빚잔치를 하려고 해도 할 게 별로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21세기 최고 난이도 건축공사로 평가받는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을 지은 쌍용건설 역시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상장폐지를 피하지 못했다. 쌍용건설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채권단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연초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해 증시 퇴출을 앞뒀다.
건설업계 신용분석 관계자는 "안전 일변도의 금융권의 성향 때문에 자금난의 징후를 보이면 자금줄을 옥죄 좀처럼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청산보다 기업회생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이상 채권단의 발빠르고 일관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성공 확률이 높지만 늘 마지못해 이뤄지는 워크아웃은 법정관리 이후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게 된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byj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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