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M&A 실패 법정관리 건설사…돌파구 없나

재무구조 개선 '마중물' 공급…입찰방식 탄력운영
한계기업 무리한 경영권매각 분위기 찬물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LIG건설은 최근 경영권 매각에 또다시 실패한 후 재입찰 여부를 고민하며 진로를 모색 중이고 M&A 호재로 주가 폭등을 보였던 벽산건설은 인수후보자였던 중동계 투자자의 석연찮은 포기로 자본잠식에 빠지며 아예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M&A 지연으로 전액 자본잠식에 빠졌던 동양건설산업은 최근 출자전환(빚을 주식으로 바꿔 채무를 줄이고 자본을 늘리는)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단행한 뒤 경영권 매각에 재시동을 걸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M&A 성사 가능성을 높이려면 '마중물' 역할을 위한 재무적 개선과 함께 인수후보자의 자금조달 계획만 검증되면 일정과 방식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동양건설산업은 오는 26일 법원에서 채권의 현금변제와 출자전환 비율을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변경안'에 대한 채권자들의 동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관계인집회를 개최한다.

이번 회생계획변경안은 채권의 출자전환 비율과 현금 변제비율을 각각 85%, 15%로 조정해 종전 비율인 39%, 61%보다 출자전환을 확대하기로 했다. 동양건설산업의 재무개선을 위해 당장 갚아야 할 채권의 비율을 줄여주는 대신 주식으로 전환하는 비율을 늘림으로써 자본금을 확대해 자본잠식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동양건설산업은 기존에 발행한 주식 12주를 1주로 합치는 감자(자본감소)를 실시하고 출자전환 대상 채권액 2만원 당 보통주 1주로 출자전환한다. 이 방안대로 확정될 경우 동양건설산업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고 상장폐지 사유도 해소할 수 있다. 지난해말 기준 동양건설산업의 자본총계는 -652억원으로 자본잠식률 108.3%를 기록하고 있다.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채권단의 동의를 얻고 법원으로부터 의결을 받는 과정에서 현금변제 비율을 소폭 조정할 예정이지만 골격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회생계획변경안이 통과되면 금융감독 당국에 이를 접수해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게 되고 주식시장에서 거래 정지도 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M&A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대손충당금이 발생했고 영업환경 악화로 재무구조가 취약해졌다"며 "2~3군데 업체들이 경영권 인수를 희망하고 있어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면 경영권 매각을 위한 공개경쟁입찰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던 LIG건설은 지난주 두 번째 고배를 마셨다. LIG건설은 지난 18일 경영권 매각을 위한 공개경쟁 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했던 3개 업체를 대상으로 본입찰을 추진했지만 인수 후보군의 자금조달 계획 등이 미비한 탓에 최종 유찰됐다.

복수의 LIG건설 매각관계자는 "인수자금의 조달 계획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계좌잔고증명서와 같은 서류에 대한 검증이 엄격했는데 일부 업체들이 이를 지키지 못했고 다른 업체는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로 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고 전했다.

LIG건설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법원이 법정관리 업체의 M&A에 대해 특히 자금조달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엄격히 보는 추세"라며 "앞으로 다시 공개경쟁입찰을 추진할지, 일대일 협상인 수의계약 형태로 전환할지 여부는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중동계 투자자인 아키드컨소시엄이 M&A를 추진했던 벽산건설은 회생 불능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벽산건설은 지난 14일 법원에 회생폐지 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은 28일까지 파산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해 벽산건설은 중동 카타르 투자자인 아키드컨소시엄의 M&A 추진으로 활로를 마련하는듯 했다.

하지만 아키드컨소시엄측에서 돌연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면서 벽산건설은 폭등했던 주가가 급락하듯 추락해 왔다. 벽산건설은 그 이후에도 M&A를 재추진했으나 이마저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건설업계 신용분석 관계자는 "자금조달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던 업체가 한계기업을 대상으로 M&A를 악용해 주가를 폭등하게 만들었다"며 "그 이후부터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건설업체들의 M&A마저 악영향을 줘 전체적인 투자심리를 더욱 냉각시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A 실패를 반복하면 유동성을 제때 지원받지 못할 뿐 아니라 기업의 평판이 떨어져 재무 악화를 확대하는 악순환에 빠진다"며 "인수 후보자의 검증이나 자금조달 계획만 확인되면 입찰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처럼 좀더 유연하게 대응해야 M&A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byj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