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실패 반복 건설기업, 재무 악순환 '상폐 위기'

중동계 인수 무산된 벽산건설, 경영권 매각 재추진 '불투명'
동양건설 ·쌍용건설 등 M&A 재시도로 기업회생 '안간힘'
채권단, 경영정상화보다 채권회수 혈안 지적도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일각에선 최대주주인 채권단과 법원이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보다 무리한 경영권 매각에만 매달린 탓에 반복적인 M&A 실패로 이어져 되레 기업회생을 막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벽산건설과 동양건설산업은 M&A 무산 이후 전액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되자 이를 해소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벽산건설은 M&A 재추진을 통해 증시퇴출을 모면할 계획이지만 워크아웃 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배경과 M&A의 실패 과정을 감안하면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평가가 많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이던 벽산건설은 2012년 6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당시 채권단이 워크아웃 이후 별다른 사업을 벌이지 못했던 벽산건설을 포기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자체 생존이 불투명해진 벽산건설은 M&A를 통해 활로를 찾았다. 마침 중동계 투자자인 아키드컨소시엄이 지난해부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면서 반전을 맞는 듯 했다.

하지만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M&A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아키드컨소시엄이 본계약 체결 이후 "주가조작 등의 루머로 인해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었다"며 잔금을 납입하지 않은 것이다.

M&A에 올인하며 제대로 회사를 꾸려가지 못했던 벽산건설은 지난해 재무제표를 집계한 결과 전액 자본잠식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될 경우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된다. 다음달말까지 이를 해소할 만한 사유를 제출하지 못하면 벽산건설은 증시퇴출을 면할 수 없다. 벽산건설은 최근 M&A를 재추진하고 있지만 업계는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는다.

일각에선 벽산건설 M&A를 추진했던 아키드컨소시엄도 경영권을 인수할 의지가 있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 이후 벽산건설의 자산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인데다 해외 공사 실적도 미미했음에도 중동계 자금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M&A를 추진한다고 밝혀 의아했다"며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그동안 벽산건설 주가가 폭등을 했던 정황을 보면 당초부터 인수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M&A 실패를 거듭했던 동양건설산업도 끝내 전액 자본잠식에 빠지며 상폐 위기로 내몰렸다. 동양건설산업은 공공사업 부문이 많고 민간사업의 PF(프로젝트파이내싱) 잠재 부실이 적어 상대적으로 견실한 회사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프로젝트의 공동사업자였던 삼부토건의 기습적인 법정관리 신청으로 된서리를 맞으며 2011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케이스다.

동양건설산업은 지난해 노웨이트 컨소시엄과 경영권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가 컨소시엄내 재무적투자자(FI)가 변심하는 바람에 계약 중도금을 받지 못해 법원으로부터 M&A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최근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자본잠식과 벽산건설 '후폭풍'으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동양건설산업은 추가적인 출자전환(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부채를 줄이고 자본을 늘리는)을 담은 회생계획변경안을 마련, 상장폐지를 막고 M&A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M&A에 관심을 갖고 있는 2~3개 업체와 물밑 조율을 진행 중이며 이와함께 변경회생계획안을 이달까지 마련하고 3월 중 관계인집회를 열어 자본잠식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LIG건설도 M&A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매각가격을 낮추고 인수의향서(LOI)를 오는 21일까지 접수받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인 쌍용건설은 종전 최대주주였던 캠코(자산관리공사)의 잦은 M&A 실패로 지난해 2월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마저 지연돼 법정관리까지 돌입했다. 법원과 채권단은 자본잠식에 빠진 쌍용건설의 상장폐지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기업회생을 위한 정상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건설업계 신용분석 담당자는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결정하면 기업의 체질을 개선해 경영을 정상화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며 "하지만 모든 채무가 동결되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자산매각 등을 통해 최대한 채권을 회수하려는 목적으로 워크아웃을 악용한다는 불만이 많다"고 꼬집었다.

byj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