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주공 재건축, '꺼진 불씨' 다시 살아날까
7-2단지 시공사 선정 계기 과천주공 '도급제' 방식 확산될 수도
- 임해중 기자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사업추진 속도가 빠르고 입지가 좋아 지분제보다는 도급제가 더 수익성이 높다는 판단에 도급제로 시공사를 선정했습니다."(조봉희 과천주공 7-2단지 재건축 조합장)
28일 지하철 과천역 4번 출구 인근의 과천주공 7-2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시공사 선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이곳은 전날 열린 조합 총회에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과천주공 5개 단지 중 유일하게 도급제를 선택한 이 단지는 내년 초 사업시행 인가를 목표로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급제란 건설사가 단순 시공만 담당하고 공사비만 받아가는 구조로 조합이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하는 방식이다.
7-2단지 조합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분양에 따른 수익이 조합원 분담금 경감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수익 전부가 조합 몫으로 귀속되기 때문에 사업성을 높일수록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시공사가 분양수익과 리스크를 책임지는 지분제 계약에서 조합은 무상지분율만큼 확정된 개발이익만을 제공받는다.
앞서 지분제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한 다른 사업장들은 과천주공 7-2단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인근 A공인관계자는 "지분제를 선택한 사업장들은 분양가를 둘러싼 조합과 건설사 간 이견으로 사업이 올스톱된 상태"라며 "도급제 방식의 7-2단지가 내년 초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사업에 속도를 내게 되면 인근 단지들도 사업 정상화를 위해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조합설립인가와 시공사 선정을 놓고 과천 7-1, 2단지 등에서 소송이 이어지고 있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당장 과천주공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지분제 재건축, 조합·시공사 '무상지분율' 두고 줄다리기 악순환현재 과천주공은 5개 단지에서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1단지가 1567가구, 2단지 1990가구, 6단지 2020가구, 7-1단지 1182가구, 7-2단지가 514가구 규모로 총 7273가구에 달하는 메머드급 재건축 사업이다.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 이후 침체에 빠진 과천 주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인근 주택시장에 오히려 악재가 되고 있다.
상가 측과 협의를 진행하며 사업시행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주공 6단지에서는 상가목욕탕 소유자가 과천시장을 상대로 '정비구역 변경 고시 무효 확인' 행정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7-1단지는 상가제척 과정에서 조합측이 정한 구역지정 경계선 아래 상가가 위치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조합설립 인가가 취소된 바 있다.
2단지에서는 시공사 선정총회가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일부 조합원들이 제기한 총회결의 무효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장은 시공사로 선정된 SK·롯데건설 컨소시엄이 제시한 무상지분율이 1단지와 6단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조합원들 불만이 이어져온 곳이다. 지분율에 대한 불만이 소송전으로 확대됐다는 게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 시각이다.
무상지분율을 둘러싼 내홍이 빚어진 이유는 '사업성' 때문이다. 지분제는 시공사가 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모든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조합은 무상지분율만큼 확정된 개발이익만을 거둘 수 있다.
무상지분율은 아파트 재건축사업에 있어서 시공사가 대지지분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면적을 추가 분담금 없이 조합원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총수입(총분양수입)에서 총지출비용(공사비)을 차감한 개발이익(순이익)을 분양가로 나누면 개발이익 평수(전체 무상지분 면적)가 된다. 이를 대지면적으로 나눠 퍼센트로 표시한 것이 무상지분율이다.
예컨대, 평당 개발이익이 3000만원이고 평당 분양가가 2000만원이면 무상지분율은 150%가 되고 대지 지분 10평을 가진 조합원이라면 재건축 후 15평 아파트를 추가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더 많은 개발이익을 원하는 조합은 높은 무상지분율을 요구하고 시공권을 따내기에 바쁜 시공사들은 사업성 검토 없이 조합이 제시한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무상지분율이 높아지면 총분양수입을 늘려야 하고 이렇게 되면 일반분양가가 덩달아 상승할 수밖에 없다. 주공 1단지와 6단지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GS건설이 제시한 3.3㎡당 분양가는 각각 2527만원(지분율 130.09%), 2510만원(150.01%)이다.
분양가가 높으면 미분양의 위험이 커지게 되고 이에 따른 손실을 업체가 모두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시공사들은 높은 무상지분율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무상지분율로 시공사와 조합측 갈등이 이어졌던 고덕주공 재건축이 단적인 사례다. 주공 2단지에서도 같은 이유로 지분율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더 많은 이익을 원하는 조합원과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한 시공사들의 욕심이 겹치며 지분제 방식 사업장에서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며 "현재 과천의 주택경기를 감안했을 때 지분율이 과도하게 올라가면 미분양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도급제로 사업이 진행되면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제값 받고 시공한다'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7-2단지 시공사 선정, 분위기는 '반전' 됐지만…과천주공 7-2단지 시공사 선정 이후 인근 재건축 사업장 분위기가 반전된 이유는 '사업 속도' 때문이다.
앞서 건축심의를 통과한 1단지와 6단지보다 사업 속도가 빨라 이들 사업장에서도 계약방식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다는 게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A공인관계자는 "7-2단지가 내년 3월 사업시행 인가를 획득하게 되면 연말 관리처분 신청 이후 이주 및 철거가 진행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먼저 건축심의를 받은 다른 단지보다 최대 1년 6개월 이상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라 다른 단지에서도 도급제를 받아들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천주공 재건축 사업장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들이 걸림돌이다. 주공 7-1단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상가를 분리 재건축 할 때 토지분할 경계선에 건물이 없어야 하는데 토지분할계획을 잘못 수립하며 법을 어긴 것이 됐다.
이 현장은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이후 진행된 모든 절차가 백지화된 상태다. 지난 6월 총회를 거쳐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 역시 시공사 자격을 상실했다.
과천시가 행정절차상의 하자치유를 요청한 상태라 토지등소유자 50% 이상에게 정비계획변경동의서를 받으면 조합설립인가 효력을 되찾을 수 있지만 시공사를 다시 선정해야만 한다. 하자가 치유된 시점을 조합설립 인가 시점으로 보게 되면 앞서 진행된 시공사 선정총회 자체가 무효화되기 때문이다.
인근 B공인관계자는 "행정심판 처분에 대한 무효소송이 진행 중이라 법원이 조합의 손을 들어주면 시공사를 다시 뽑을 필요는 없다"면서도 "다만 하자치유에 따른 조합설립 재인가 가능성이 더 높아 7-1단지에서는 시공사 재선정을 위해 도급제와 지분제에 대한 주민의견을 다시 수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과천주공 현장의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맞지만 2단지는 소송이 걸림돌이 되고 있고 6단지는 상가 측과의 협의절차가 남아있어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가서야 사업 순항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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