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더힐' 분양전환 앞두고 '최대 16억 전쟁'

시행사-입주자 분양가격 산정 괴리 커 고무줄 감정평가 논란
시행사 32억 입주자 16억 예상 2배 차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News1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서울 한남동 옛 단국대 터에 들어선 최고급 민간 임대아파트 '한남더힐'에 대한 '적정 가격' 산정을 놓고 시행사와 일부 입주민들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시행사와 세입자는 최근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을 앞두고 각기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한남더힐의 분양가격을 받았는데, 많게는 둘 사이 가격차이가 수십억원까지 벌어져 협상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감정평가업체들이 분양가를 높여야 유리한 시행사와 최대한 가격을 낮춰야 하는 세입자 등 의뢰자의 구미를 맞춰 가격을 평가하는 고질적 병폐의 결과란 지적도 나온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남더힐 시행업체인 한스자람과 입주자대표회는 다음주초 임대아파트의 분양가격 전환을 위한 1차 회의를 갖는다.

민간 임대아파트인 한남더힐은 의무 임대기간 5년의 절반이 지나면 세입자와 협의를 통해 분양 전환할 수 있다. 지난 8월1일부터 분양 전환 시점을 맞았다. 시행사와 입주자대표회는 감정평가법인에 적정 분양가격 산정을 의뢰했다. 입주자들은 나라감정평가와 제일감정평가, 시행사는 대한감정평가를 각각 선정했다.

하지만 세입자와 시행업체가 의뢰했던 감정평가액이 크게 벌어지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행업체로부터 감정평가를 의뢰받은 감정평가업체는 3.3㎡당 평균 6000만원, 입주자대표측 업체는 평균 3000만원선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기준으로 전용면적 177㎡의 분양가를 추정하면 시행사는 32억원, 입주자대표는 16억원 선으로 2배 차이나는 셈이다.

시행업체인 한스자람 관계자는 "입주자대표쪽에서 받은 감정평가액이 얼마인지 알수 없어 판단하긴 곤란하지만, 우리쪽에서 제시한 분양 전환 가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나머지 임대의무기간인 2016년 1월까지 거주하면 된다"며 "이처럼 고급 민간 임대아파트가 분양전환을 한 사례는 전무후무한 일이라서 협상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남더힐 입주자대표에 분양가 협상을 위임한 경우는 전체 600가구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300여가구는 개별적으로 분양가격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한남더힐의 임대보증금은 전용면적 177㎡ 이상인 경우 14억5900만~25억2000만원이고 월세는 240만~430만원 수준에 달할 정도로 고급 아파트다. 이를 감안하면 분양가격이 대치동 아파트(3.3㎡당 3300만~3400만원) 수준을 밑도는 3000만원대로 감정평가한 건 지나치게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부동산투자회사 한 관계자는 "한남더힐 주변의 고급 빌라의 매매가격은 3.3㎡당 3000만원을 웃돌고 있는 점을 고려하고 이 아파트의 입지적 장점과 상위계층이 살고 있다는 자긍심 등 무형적 요소까지 감안하면 3.3㎡당 평균 5000만원 이상이 되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관측했다.

한남더힐 내부 모습 © News1

정부는 이번 사안은 사적 계약으로 개입할 명분이 없긴 하지만, 금액이 워낙 크고 상징성을 고려해 사태 파악을 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적이든 공적이든 감정평가는 해당 물건의 적정가격을 기재하지 않으면 업무정지나 자격등록취소 등의 징계 사유인 건 맞다"며 "현재로서는 사적 계약의 적정성 여부를 정부가 나서서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감정평가의 격차로 분쟁이 확산되면 실태 파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정평가업계는 사적 계약인데다 구체적인 평가방법의 기준을 알 수 없어 평가의 적정성 여부를 단언하긴 어렵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다만 감정평가업계 전체의 신뢰도 하락으로 불씨가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감정평가협회 한 관계자는 "양측의 감정평가법인을 대상으로 평가의 타당성 심사를 분석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평가가 이뤄졌는지를 파악하려면 2주에서 1개월 가량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은 다르지만 토지보상법에 근거해 감정평가를 할 때 10% 이상 차이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다른 물건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기준을 준용하고 있으므로 이런 차원에서 한남더힐의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진 원인을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byj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