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퀘어 상가 '악마 계약'논란…점포주 뿔났다

임대료 매년 5%복리로 인상…적자 운영 불가피
공실률로 상주인구 급감…임대료 재조정 소송戰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빌딩 지하상가의 한 점포 외벽에는 '악덕' 건물주를 비난하는 글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이 점포의 김한철 대표는 "2010년에 상가에 입주할 때 건물 관리인은 빌딩의 상주 인구가 6000명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2000명이 채 안된다"며 "공실이 많은데도 상가 임대료와 보증금, 관리비를 매년 5%씩 복리로 올려받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서울스퀘어 지하 상가에 있는 한 점포에 건물주를 비판하는 글이 붙어있다 ⓒ News1 김기태 기자

그는 본업을 접고 점포를 경영하는데 전념하고 있지만, 매달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LG가 여의도 사옥 리모델링을 하면서 이 빌딩에 단기 임차했다는 사실을 상가 계약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며 "계약을 하고 난 2011년 말부터 LG 계열사들이 떠나갔고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면서 상주인구가 뚝 떨어져 매출 감소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8개 점포가 폐업을 했다. 김 대표는 "계약 만료 이후 문을 닫고 나가려면 빌딩 관리업자에게 점검을 받아야 하는데, 처음 인테리어와 비교해 문고리 하나 달라졌다는 이유로 시간을 끌고 허가를 안 내주기도 한다"며 "하루 늦을 때마다 5일치 이자를 물어야 하는 불공정한 계약이 이뤄졌다"고 하소연했다.

◇"모건스탠리, 투자손실 상가임차인에 전가"

서울스퀘이 빌딩(옛 대우빌딩)은 미국의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가 2007년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에게 9600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모건스탠리는 리모델링을 거쳐 서울스퀘어로 이름을 바꿨으나 공실률이 늘어나면서 손실을 입고 있다.

한 외국계 부동산펀드 관계자는 "서울역의 오피스 환경은 강남이나 여의도, 종로 등에 비해 업무편의성이나 인프라가 떨어져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편"이라며 "모건스탠리가 인수가격을 감안해 투자 수익률을 맞추려면 공실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야 하지만 임대시장의 변화로 공실률 상승과 임대료 하락이 지속되면서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모건스탠리가 투자자의 손실을 상가 임차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게 점포주들의 불만이다. 이들은 올 3월 서울스퀘어 건물주를 상대로 불공정한 계약이므로 무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용산 아이파크몰의 보증금과 임대료를 세입자와 협의없이 연 1.5%씩 자동인상하도록 한 약관이 불공정하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양동원 서울스퀘어 상가번영회장은 "빌딩의 상주인구가 목표치보다 절반 수준인 점을 감안해 임대료를 내려달라고 3년전부터 요구했으나 계약에 날인을 했고 이를 바꾸면 펀드 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구실로 이를 묵살해 왔다"며 "공실의 책임은 점포주에게 있는 게 아니라 빌딩 관리자에게 있음에도 빚더미에 앉은 점포주에게 투자 손실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스퀘어 빌딩 자산관리회사인 케이리츠앤파트너스 관계자는 "상가의 경우 대개 5년 임대차 계약을 맺는데, 계약 당시의 조건을 기간 만료 전에 임의로 변경하는 건 원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일시적으로 발생한 공실을 채우기 위해 임차인 모집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므로 상가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대형 오피스빌딩 공실대란

건물주와 임차인의 마찰은 계약상 문제이기도 하지만 오피스 빌딩의 치솟는 공실률과 연관된다.

도심의 대형 오피스빌딩은 최근 1~2년 사이 한꺼번에 준공되면서 공실 대란을 빚고 있다. 글로벌부동산서비스회사인 DTZ코리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업무지구내 연면적 5만㎡이상 대형 오피스빌딩의 3분기 평균 공실률은 10.3%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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