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고도화 제동' 공감대 있지만…靑, 불안한 한미관계 속 북미대화 주시
靑 "상황 달라지는 기류, 美가 움직여야"…北 '대남관계 여지' 주목
호르무즈·대미투자 등 美 불만…한미관계·페이스메이커 이중 과제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유화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미 간에는 북핵 고도화 중단이라는 목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미국 주도로 진행될 북미 대화 국면에서 한국 정부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3일 여권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화 여건 조성을 위한 측면 지원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축소를 지시하며 자신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관계가 긍정적이라고 했다. 19일(현지시간)에는 김 총비서와 올해 안으로 만날 거라며 대북 유화책 메시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이후 한미는 UFS를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 이같은 대화 제스처에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을 이어가며 거부 입장을 드러냈다. 미 태평양사령부(USPACOM)는 성명에서 북한을 비난하는 표현을 자제하면서 북미 대화 의지를 담은 신호를 이어나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황이 달라지는 기류가 있긴 하다"며 "트럼프의 행보가 대화 여건 조성에 도움이 될 순 있다. 미국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 대화보다는 북미 대화가 현실성 있다는 원칙 아래 대북 정책을 이끌고 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우리로서는 모든 방법이 차단됐기 때문에 (북한에) 제안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미국과 북한이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라고 보인다. 미국이 북한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안을 내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에 대해 "한미 연합연습과 야외 기동훈련 축소를 통해서라도 한반도에서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 여건을 조성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노력에 공감하며 그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치켜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측의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UFS 축소를 깎아내리면서 대화 거부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단미단남(斷美斷南, 미국·남한과의 소통 거부) 전략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북미, 남북 대화 여지는 열어놓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여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김 총비서와의 소통 주장에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부인하면서도 두 정상의 관계가 "훌륭하다"고 언급했다. 청와대는 김여정의 담화가 국내 매체인 노동신문에는 게재되지 않은 점도 대남관계를 완전히 닫아둔 건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상, 비핵화보다는 북핵 고도화 중단을 단기 목표로 접근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같은 구상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도 공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 고도화부터 막자는 전략에 한미 간 기본적 공감대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미 관계 저변에는 불안 요인이 누적돼 있어 우리의 구상이 북미 대화 추진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UFS를 축소한 배경에는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기여에 소극적이었다는 불만도 녹아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도 이를 의식해 "대한민국 법령과 기본정책상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여러 실질적 기여 방안에 대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미국 측과 계속 긴밀하게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의 대미투자 발표가 지연되는 것도 미국 측과의 큰 쟁점 중 하나다. 한미 간 여러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페이스메이커로서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대화의 속도와 의제를 정하는 열쇠를 미국이 쥐고 있는 만큼, 한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대화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한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북미 대화 움직임에 "긴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페이스메이커로서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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