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국 리모델링에 줄줄 샌 창업 지원금…신용보증기금 방만 운용

감사원 정기감사 적발…병원·약국에만 창업보증지원금 85.6% 집행
"은행 상담사인줄 알아"…브로커 모른척 보증 우대 직원들 징계요구

신용보증기금 본사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신용보증기금(신보)이 유망 중소기업·스타트업 창업 지원 자금을 방만하게 운영한 사실이 적발됐다. 기술 창업보다 병원·약국 리모델링·확장 이전 자금에 대거 유용됐고, 보증 브로커의 로비를 묵인하며 부당한 보증을 제공한 사례도 드러났다.

16일 감사원이 공개한 '신용보증기금 정기감사' 감사결과에 따르면 신보의 2021~2025년 예비창업보증 금액 중 기술·지식 기업에 대한 보증규모는 4.1%(343억 원)에 불과했다.

특히 95.9%를 차지하는 전문자격기업 지원 중에서도 의약계열(병·의원 및 약국)이 전체 예비창업보증 규모의 85.6%(7141억 원)에 달했다. 의약계열 예비창업보증의 지역별 분포도 최근 3년간 평균 70.8%가 수도권(서울34.6%·경기29.2%·인천7%)에 편중됐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따르면 폐업 후 3년 내에 기존 사업과 같은 종류의 사업을 개시하는 경우는 창업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보는 규정 미비를 이유로 기존 병원의 리모델링·확장·이전에 예비창업보증을 지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의약계열 예비창업보증 10억 원 이상 129명을 표본조사했는데, 이중 50명(38.8%)이 이같은 사례에 해당했다. 일례로 의사 A씨는 2023년 9월 병원을 폐업하고, 곧바로 같은 위치에 상호를 변경한 병원을 재개업하며 6억 원의 예비창업보증을 받았다.

또한 인당 보증횟수 제한도 없어 의사 등 360명은 예비창업보증을 받아 창업한 병원·약국을 폐업한 후 3년 내 재개업하면서 재차 보증 혜택을 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특정 직군·지역에 편중된 예비창업보증 지원을 개선하고, 중복 보증 지원 재발방지 규정도 마련할 것을 신보에 통보했다.

보증 브로커가 의심됨에도 이를 묵인하며 우대보증 대상이 아닌 기업에 보증을 제공하는 부당 업무 사례도 덜미를 잡혔다.

보증브로커 B씨는 2022년 4월부터 2025년 1월에 걸쳐 의사·약사 277명과 공모해 허위 자기자금 증빙자료를 제출해 1939억 원의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았다.

신보 팀장 C씨는 B의 소개로 67건의 예비창업보증을 취급하면서 24건의 허위 자기자금 증빙자료를 통해 보증서를 발급했다. B씨는 지난해 경찰 수사에 따라 검찰에 송치된 상태이다.

C씨는 "2018년 B를 처음 알게 되었고, B의 직업을 은행 대출상담사로 인식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보증부대출은행이 B씨가 근무하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진술한 D은행인 경우는 단 한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일반보증 대상인 E에게 추정매출액 과다 산정하는 방법으로 보증한도를 초과한 신용보증서를 발급한 F씨와 G씨 사례도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C씨와 F씨와 G씨에게 경징계 이상을 요구했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