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순국한 뤼순감옥 찾은 金총리…울컥하며 "유해 조국에 모실 것"
한국 대통령·국무총리 신분으론 최초…한글 없는 안내문에 "아쉬워"
방명록엔 "독립평화사상 계승하고 장군님 유지대로 조국땅에 모시겠다"
- 이기림 기자
(다롄=뉴스1) 이기림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는 24일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중국 뤼순감옥과 재판을 받은 관동법원을 찾아 "꼭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조국에 모시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번 다졌다"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 있는 뤼순감옥과 관동법원을 방문해 안 의사의 흔적을 둘러보며 이같이 말했다. 뤼순감옥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 의사가 수감돼 교수형으로 순국한 곳이고, 관동법원은 재판을 받은 곳이다. 역대 국무총리 중 이곳을 방문한 것은 김 총리가 처음이다.
김 총리는 우선 뤼순감옥을 찾아 안 의사의 수감실을 재현한 모습과, 당시 작성한 유묵 등을 둘러봤다. 안 의사가 남긴 마지막 유묵 '위국헌신 군인본분' 등의 문구도 읽었다.
그는 전시된 안내문 등에 한국어가 병기되지 않은 것을 보며 "한글이 있으면 좋은데 아쉽다"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안 의사가 남긴 유언을 읽은 뒤 "돌아가시기 전에 독립 후 조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것"이라며 안 의사 흉상을 보고 손을 모은 채 잠시 머물렀다.
그는 안 의사 관련 저우언라이 담화를 읽으며 "중한 양국 국민의 투쟁이 안 의사의 히로부미 처단으로부터 시작됐다. 처음 깃발을 든 게 안 의사라고 중국이 평가한 아주 의미 있는 글"이라고 밝혔다.
안 의사처럼 뤼순감옥에서 순국한 단재 신채호 선생 흉상 앞에서 관련 설명을 듣고, 중국어로 적힌 뤼순감옥 실록을 3분여간 읽기도 했다.
김 총리는 방문을 마치고 중국 측에 "지사의 역사적 자취를 살펴볼 사적을 성의 있게 보존해 줘서 감사하다"며 "한국인들이 잘 알게 한국어도 잘해줘서 감사하지만, 감옥에 한글이 없어 조금 불편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리창 중국 총리에게 안 의사 관련 사적이 잘 보존되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는데, 기회가 되면 (중국 측이) 잘 보존해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겠다"며 "중한, 한중 관계를 돌보는 마음으로, 이웃나라 우방국인 대한민국을 돌보는 마음으로 안 의사 감옥 등 역사적 유적을 잘 돌봐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또한 김 총리는 인근에 있는 관동법원으로 이동해 안 의사가 받은 재판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 법원에 마련된 헌화장소를 찾아 헌화했다.
김 총리는 방명록에 "대한국인 안중근 장군의 독립 평화 사상을 계승하고, 장군님의 유지대로 꼭 조국땅에 모시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김 총리는 뤼순감옥과 관동법원 방문을 마치고 만난 취재진에게 "사실 안 의사는 그 행동이 하얼빈역에서 처단을 넘어 독립상실의 역사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절절한 피의 역사를 보여준 것이어서 감동을 넘어 울컥했다"라며 "주은래(저우언라이) 총리가 안 의사야말로 중국과 한국 양국의 반제국주의 투쟁의 시초, 국민적 투쟁의 시초라고 평가할 정도의 의미가 있어서 감옥도 법원도 중국에서 성의를 갖고 잘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국민이 와서 둘러보는데 남아있는 미진함이나 부족함이 있다면 중국 정부나 당국, 기관 측에서 잘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저희가 오늘을 살아서 선진국 대열로 들어서고 있지만, 그 바탕에 어려운 시기 온몸을 다 던진 선열들의 피의 투쟁이 있다는 걸 잊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방명록에도 썼지만 안 의사가 사형되기 전 중국어로 돼 있는 마지막 유언을 읽었는데, 내가 죽으면 당장은 하얼빈 공원 근처에 묻었다가 나중에 조국이 국권을 회복하면, 독립되고 나면 조국의 땅에다가 나를 묻어달라라는 말을 우리가 봤다"며 "우리가 이 정도 됐으면 후손들이 반드시 유해를 찾아서 조국 땅에 모실 때가 됐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방문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경주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안 의사의 유해발굴과 중국 내 사적지 보전에 대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한 것에 이어진 '총리 외교'로 풀이된다. 이는 정상 간 회담을 통해 나온 논의나 합의사항에 대해 서열 2위인 총리가 후속 조치를 확인·점검하고, 이후 마련될 정상회담에 앞서 총리 간 먼저 논의할 사항을 점검하는 등의 외교를 말한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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