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반도체발 국부, 부동산 흡수되면 호황 오래 못가…보유·양도세 조정 필요"

"거시지표 뜨겁지만 자영업자 체감경기 차가워…경제 전체 좋아진 게 아냐"
"성과급 가시화하면 부동산 심리 꿈틀…어지간한 규제로 역부족"

김용범 정책실장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대한민국 프레스센터에서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0일 반도체 호황으로 창출된 부가 부동산으로 흘러가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했다.

김 정책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정책실장은 "이번 호황은 착시가 아니다"라면서도 "경제 전체가 좋아진 것이 아니다. 주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섹터가 만들어낸 숫자"라고 분석했다.

이어 "거시지표는 뜨겁지만 자영업자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폭증하는데 동네 상가는 공실을 걱정한다"며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향하는데 폐업을 고민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고 진단했다.

김 정책실장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8% 늘었다. 그런데 같은 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3.2% 늘었다"라며 "두 숫자의 격차는 9.4%포인트(p). 보통 이 둘은 거의 같이 움직이는데 지금은 똑같이 일했는데 살 수 있는 것이 압도적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1분기 통계는 앞으로 가계와 기업의 손에 들어올 돈이 통계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며 "상반기 실적이 확정되고, 성과급 규모가 가시화하면 사람들 마음속에 조금씩 확신이 자리 잡기 시작할 것이다. 명품 소비가 살아나고, 선호 지역의 부동산 매수 심리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정책실장은 "과거를 돌아보면 이런 돈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향을 반복해 왔다. 이번에도 예외일 것이라고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라며 "진짜 고비는 연말과 내년 초다.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생기면 어지간한 규제로 역부족일 수 있다. 이번에는 빚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정책실장은 "높은 명목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지금의 금리 수준이 영원히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 취약계층이 금리 인상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황의 과실은 위로 향하고 긴축의 고통은 아래로 향한다. 이것이 가장 불편한 그림"이라며 "관건은 이 돈을 어디로 흘려보낼 것인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정 여력과 기업 이익을 청년과 취약계층, 미래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이번 호황은 한국 경제가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저성장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