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호르무즈 군함 파견' SOS 보낸 트럼프…靑 "한미간 신중 검토"(종합)

트럼프 韓 등 5개국 지목…靑 "소셜미디어 언급 주목하고 있어"
"참전이라 보긴 어려워" 항행 자유 명분…국회 비준 필요해 진통 예상

[자료] 청와대 전경

(서울=뉴스1) 한재준 임윤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 안전을 위해 한국 등 5개국의 군함 파견을 주장하면서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이 다국적군의 호르무즈 해협 해상 안전 합동작전에 참여할 경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에 휩쓸릴 우려가 있어서다.

다만 청와대는 우리나라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 있는 만큼 '호위' 목적의 군함 파견 여부에 대해 신중히 검토 중인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언론 공지를 통해 호르무즈 군함 파견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며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며 국제법의 보호 대상으로, 이에 기반해 글로벌 해상 물류망이 조속히 정상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중동 정세와 관련국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은 많은 국가, 특히 관련국들이 해협의 개방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여 군함을 파견할 것(will be sending War Ships)"이라며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조인트 베이스 앤드루스에서 플로리다로 이동하기 위해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2026.3.13 ⓒ 로이터=뉴스1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에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서면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는 데다 전쟁 장기화로 여론이 악화하자 주요 동맹국들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이해당사자들인 만큼 해협 안전을 책임지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우리 정부에 군함 파견을 공식 요청하진 않았지만 정부는 사전 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 '호위 작전'이라면 참전으로 비치지 않기 때문에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리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사를 밝힌 것이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군함 파견이 참전으로 비칠 가능성에 대해선 "참전이라고 보긴 어렵다"라고 선을 그었다.

만약 정부가 군함을 파견한다면 '합동 작전'을 전제로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주둔하는 청해부대가 이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큰 만큼 경제·안보상 이유를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청와대가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를 언급한 것도 호위 작전에 대한 명분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가운데, 12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항에 칼리스토 유조선이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다. ⓒ로이터=뉴스1

청해부대는 미국-이란 간 긴장이 고조된 지난 2020년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독자적으로 선박 호위 작전을 수행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중동사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청해부대 독자 작전 수행은 어렵고, 합동 작전만 가능하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5개국을 콕 집었지만 정부는 더 많은 동맹국의 참여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와 관련해 "5개국에 국한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결정하더라도 다국적군의 호위 작전에 참여할 경우엔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 국방비 지출 확대 등 동맹현대화를 비롯해 핵추진 잠수함 도입, 원자력협정 개정 같은 안보 협상을 병행하고 있어 정부는 국민 여론 사이에서 군함 파견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