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한중 '벽란도 정신'으로 새 기회 함께 열어야"(종합)
한중 비즈니스 포럼…"외교 갈등 시기에도 벽란도 교역 중단 안돼"
"고려지에 서비스·콘텐츠 서사 담아 새 가치…한중 협력 배 띄우자"
- 한재준 기자
(베이징=뉴스1) 한재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5일 한중 경제인과 만나 고려와 송나라의 교역 중심지인 '벽란도'를 언급하며 "벽란도의 물길이 대륙과 해양을 하나로 연결했던 것처럼 오늘의 한중 협력도 산업 혁신과 안정적 공급망을 통해 서로의 강점을 잇고, 각자의 시장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함께 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조어대에서 대한상공회의소와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오늘날 우리가 다시 주목해야 할 지점은 벽란도 정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금으로부터 900여년 전 고려와 송나라의 교류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하고 안정적인 협력 관계 중 하나였다. 고려의 벽란도는 국제교류의 중심지로 송나라와 해상 교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곳"이라며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나루'라는 뜻의 이름처럼 벽란도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공간을 넘어 양국의 사람과 기술, 사상과 문화가 오가던 교류의 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려는 이곳을 통해 인삼과 먹, 그리고 고려지를 송나라에 수출했고 송나라는 고려에 서적과 도자기, 차를 전하며 상호 보완적인 교역 구조를 형성했다"며 "고려의 종이인 고려지는 송나라에서 천하제일이라 불릴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고, 송나라의 중요 서적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릴 때 고려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고려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지식과 문화 생산에 필수적인 당대 핵심 소재이자 전략 교역 품목이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더욱 주목할 점은 외교적 긴장과 갈등이 있었던 시기에도 벽란도를 통한 교역은 중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이러한 지속적 교류는 동아시아 안정과 번영, 나아가 평화와 질서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품과 사람의 이동을 넘어 기술과 가치, 문화가 신뢰와 함께 이뤄지는 협력, 변화 속에서도 연결과 성공을 멈추지 않는 협력의 자세가 우리에게 꼭 필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경주 한중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관계 복원을 약속한 것을 언급하며 "이러한 공감대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민간 차원 교류와 협력이 중요하다. 이제 제조업이라는 단단한 고려지 위에 서비스와 콘텐츠라는 색채와 서사를 담아 새로운 가치를 함께 써 내려가고, 그 성과가 다시 양국의 발전과 지속성장으로 이어지는 진정한 협력의 구조를 다시 만들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조업 혁신 협력 △활발한 문화 교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문화 교류와 관련해 "서울 문화 탐방, K-뷰티 체험은 중국 청년에게 인기 높은 여행 코스가 됐다고 한다. 금요일 퇴근 후 상하이 여행은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유행이 됐다"며 "관광의 확대를 넘어 콘텐츠, 개인 공연, 문화 플랫폼 등 생활 서비스 전반에서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비스와 콘텐츠 분야 협력은 기업 간 신뢰를 쌓고, 제조업과 소비재 투자, 신시장 개척으로 확장되는 중요한 연결 고리"라며 "양국 정부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투자 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을 위해 속도를 내기로 한 만큼 기업 간 협력에도 의미 있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물을 건너는 데는 배가 필요하지만 배를 띄울지는 사람이 정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며 "여기 계신 여러분이 한중 협력의 배를 띄워 주시길 바란다. 한국 정부도 양국 기업이 협력의 항로를 넓혀 가는 데 필요한 제도와 환경을 갖춰나가도록 중국 정부와 지속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좋은 이웃은 천만금을 주고서라도 얻을 수 없을 만큼 귀하다고 하지 않냐"며 "여러분이 바로 천만금보다 더 귀한 서로의 이웃이다. 좋은 친구를 저 멀리서 찾지 말고 시 주석의 말씀대로 이사 갈 수 없는 이웃, 떼려야 뗄 수 없는 한국과 중국에서 서로 사귀십시오"라고 했다.
이번 한중 기업인 행사는 9년 만에 이뤄졌다. 행사가 열린 조어대는 지난 1992년 한중 양국의 협력의 첫 장을 열었던 곳이다. 포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우리 경제사절단 416명(161개사)을 비롯해 중국 측 기업인 200여 명 등 총 600여 명이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중국 배터리 기업인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 정위친 회장과 통신장비 기업인 ZTE 쉬쯔양 회장, 전기차 기업인 SERES그룹 장정핑 회장, 자동차·에너지분야 장쑤위에다 그룹 장나이원 회장, 가전 기업인 TCL그룹 리둥성 회장, 류융 텐센트 부회장이 배석했다.
행사에는 시 주석의 40년지기 최측근 인사이자 중국 경제 1인자인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무원 부총리도 자리했다.
허 부총리는 "국제 정세는 복잡해지고 중한 양국은 세계의 중요한 나라로서 건강하고 안정적인 무역·교역 관계를 유지해야 각 측의 이해와 상호 호혜 상신을 용인할 수 있다"며 "경제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쌍방은 인공지능(AI)·제약·녹색산업 등 신(新)부분 협력을 형성하고 경제교역의 질적 향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비즈니스 포럼에 앞서 한중 경제인들과 사전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한중은) 같은 파도를 넘고, 또 서로의 움직임을 의식하면서 한편으로는 협력하고, 또 한편으로는 경쟁하며 성공적인 항해를 지금까지 이끌어 왔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새로운 항로를 향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중 교역은 3000억 달러 수준에서 정체돼 있고,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항로 개척이, 또 새로운 시장 개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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