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오세훈, 종묘 앞 재개발 공방…"국민 걱정"vs"정치 프레임"(종합2보)

金 "왕도 함부로 못 지나간 길인데…국민적 토론 거칠 문제"
吳 "세운상가 일대 처참…'고층빌딩숲' 주장은 왜곡"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종로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찾아 최근 서울시의 세운상가 재개발 계획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고 대책을 점검한 후 발언하고 있다. 이날 종묘 방문에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등이 함께 했다. 2025.11.10 2025.11.10/뉴스1 ⓒ News1 청사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이기림 한병찬 임세원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에서 진행 중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논란에 관해 사업 계획을 고시한 서울시를 공개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개토론을 제안하며 "왜곡된 정치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종묘를 찾아 "종묘 바로 코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면,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르게 하는 그런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에 김건희 씨가 종묘를 마구 드나든 것 때문에 국민들이 아마 모욕감을 느꼈을 텐데, 지금 또 이 논란으로 국민들의 걱정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한 시기에 시정이 그렇게 마구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라며 "정부에서도 이 문제가 일방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방책도 마련하고, 근본적으로는 이 문제가 국민적 관심과 공론, 토론 속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왕도 함부로 지나가지 못하는 길인데 그렇게 한 거였다"며 "(종묘 앞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바로 턱하고 숨이 막히게 되는 것으로, (개발을 놔두면) 기가 막힌 경관이 돼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종묘 방문에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종묘가 수난이다. 상상도 못 했던 김건희 씨의 망동이 드러나더니 이제는 서울시가 코앞에 초고층 개발을 하겠다고 한다"며 "최근 무리하게 한강 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들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할 것"이라고 오 시장을 직격했다.

김 총리는 방문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에 "종묘 보존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신속히 검토하고, 서울시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라"며 "종묘훼손 방지를 위한 국민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종묘를 둘러싼 현재의 상황과 세계유산 지위 유지를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노력을 유네스코에 성실히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일대에서 열린 녹지생태도심 선도사업 서소문빌딩 재개발사업 착공식에서 기념사를 하는 모습2025.11.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오 시장은 김 총리의 비판에 대해 페이스북에 "정부와 서울시 중 어느 쪽이 근시안적인 단견을 갖고 있는지 국민 앞에서 확인하자"며 "이른 시일 내 국무총리와 만나 대화하자"고 밝혔다.

그는 "간 김에 종묘만 보고 올 게 아니라 세운상가 일대를 모두 둘러보기를 권한다"며 "60년이 다 되도록 판잣집 지붕으로 뒤덮여 폐허처럼 방치된 세운상가 일대는 처참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남산에서 종묘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이 조성되면 세운상가가 종묘를 가로막을 일은 없다"며 "'종묘를 가리는 고층빌딩 숲'이라는 주장은 왜곡된 정치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중앙정부에 사업의 구체적 계획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아직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기보다 협력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이에 따라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는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서 각각 101m, 145m로 상향됐다.

대법원도 지난 6일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과 사전 협의 없이 문화재 외곽 지역 개발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의 시정과 의혹을 검증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며 공세에 나선 모습이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전현희 최고위원은 "종묘 앞에 초고층 빌딩 허용은 개발을 빙자한 역사 파괴다. 조선왕조 500년의 숨결이 깃든 서울의 품격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김건희 씨가 종로에서 파티를 열더니 오 시장은 종묘의 경관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내년 선거에서 서울 곳곳에 개발 강풍을 일으켜 표를 얻어 보려는 천박한 술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