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트럼프 회담날 아침은 어두웠다…반나절 새 극적 타결
우리정부, 결렬 판단 플랜B 준비…트럼프 방한 시점 극적인 변곡점
美 국내정치·미중회담·김정은 회동 무산…복합적 외부 요인도 작용
- 심언기 기자, 한재준 기자, 한병찬 기자
(경주=뉴스1) 심언기 한재준 한병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직전까지 불투명했던 한미 관세협상은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서야 극적 타결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배수진을 친 우리 협상팀은 APEC 정상회의 기간 타결 무산까지 각오했지만, 결과적으로 '벼랑 끝 버티기' 전술이 주효하며 협상 선방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30일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한미 관세 협상팀은 그제(28일) 밤까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첨예하게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당일 밤까지 합의점 도출이 난망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APEC 이후를 기약하는 '플랜B' 준비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팀 고위 관계자는 "28일 밤까지 협상 상황은 비관적이었고, 29일 아침까지도 정상회담 계기 타결은 거의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정상회담 직전에 기류가 급변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금 중 연 상한 투자액을 두고 간극을 보였다고 한다. 미국 측은 250억 달러를 요구한 반면, 우리 협상팀은 150억 달러 수준이 한계라고 맞섰다.
무산으로 기울어지던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시점 전후로 급격한 변곡점을 맞았다. 추가 협상을 불사한 우리 측 완고한 태도에 미국 측이 결국 물러서며 200억 달러를 제시했다고 한다. 이후 협상이 급물살을 타 극적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석달간 협상하며)2시간 동안 고성을 지르는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 동석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향해 '터프 네고시에이터(tough negotiator)'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우리 측의 벼랑 끝 협상 전략은 △상호 호혜적 △상업적 합리성 △국익 우선 등 3대 협상 원칙을 일관되게 고수한 이재명 대통령의 협상팀 힘싣기가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극적 관세 협상 타결은 우리 측의 협상 전략이 주효한 면도 있지만, 양국을 둘러싼 대내외적 외부 변수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적으로 미국 전역에서 70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노 킹스'(왕은 없다) 시위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아시아 3개국 순방에서 성과내기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란 지적이다.
특히 아시아 순방의 핵심인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동아시아 전략의 한축이자 동맹국인 한국과 갈등 장기화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이 불발된 것이 우리 협상팀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단 분석도 있다. 북미 회동 성사시 전세계적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반면 한미 관세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이규연 홍보수석은 YTN과 인터뷰에서 "(7월말 1차 타결 후)석 달간 비도 오고 구름도 끼고 어떨 때는 맑아 보이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계속됐다"면서 "대통령께서 중심을 굉장히 잘 잡으셨다"고 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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