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귀국 직후 李대통령 보고…3500억달러 투자 해법은
'선불 현금 5%+대출·보증' 절충안…'대두 카드' 올라
李대통령 후속 전략 확정할 듯…APEC 합의 가능성도
-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구성을 둘러싼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불과 열흘 앞둔 가운데,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이 협상 일정을 마치고 19일 오후 귀국하면서 향후 협상 판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실장은 지난 16일 미측과의 이견을 최대한 좁히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워싱턴DC 현지에서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2시간 넘게 면담하며, 핵심 쟁점인 펀드 운용 방식 조율에 집중했다. 현지 협상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동행해 러트닉 장관 등 미 행정부 인사들과 총력전을 벌였다.
김 실장은 귀국 직후 이재명 대통령에게 유선으로 협상 결과를 간략히 보고한 뒤, 주초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구체적 협상 결과를 공식 보고할 예정이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의 운용 방식이다. 미국은 전액 현금 직접투자를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대규모 외화 유출과 외환시장 충격을 우려해 비현금성 자금 운용 병행을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선불 현금 5% 이내, 나머지는 대출·보증 형태로 충당'하는 절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당장 협상의 가시적 타결보다는 '조건부 합의'나 '정상 간 공동성명 수준의 합의 방향'으로 접근하는 방안이 부상 중이다. 실무선에서의 완전 합의가 어려운 만큼, 정상회담에서 정치적 결단을 통해 협상의 방향을 매듭짓는 '톱다운 방식'이 거론된다.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도 막판 변수로 부상했다. 특히 중국의 제재로 대두(콩) 수출길이 막힌 미국을 상대로, 우리 정부가 일부 대두 수입 확대를 검토하는 이른바 '대두 카드'가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위 실장은 지난 17일 "농산물 관련해서 그 (1차 관세협상 타결) 이후에 새롭게 협상된 것은 듣지 못했다"면서도 "유일하게 들은 건 대두 정도이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쌀 등 민감 품목은 그대로 두되, 대두 일부 조정을 통해 미국 측과의 교착을 완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김 실장은 방미 중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러셀 보트 국장과도 만나 투자펀드의 재정 구조와 미국 내 운용 절차를 협의했다. OMB는 백악관의 정책·예산 조정을 총괄하는 핵심 기관으로, 이번 회동은 펀드 운용이 미국 내 행정 절차상 어떻게 반영될지를 가늠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기간 워싱턴에 머문 구윤철 부총리는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회동, 국제금융시장 안정 문제를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미국 측이 한국의 외환 부담 여건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베선트 장관이 이 사안을 내부에 설명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 재무라인이 한국의 입장을 일정 부분 수용했음을 시사한다.
대통령실은 김용범 실장의 귀국으로 협상단이 다시 한자리에 모인 만큼, 이번 주 초 대통령 주재 회의를 통해 후속 전략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 예정된 주간 회의는 김 실장이 유럽 방산 특사 자격으로 유럽 출장 중이어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며, K-방산과 관세 협상 후속 대응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협상 결과는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직결된다. 정상회담에서 3500억 달러 펀드 구성안과 통화스와프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공개 일정을 최소화하고, 외교·경제 라인으로부터 수시 보고를 받으며 협상 진행 상황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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