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이시바와 정상회담…"세상 어려울수록 이웃 간 교류 중요"

이 대통령 "사회·경제·안보 문제 넘어 ·정서적 교감도 함께하길"
이시바 日총리 "한일 과학기술협력위원회 재개 희망"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4회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3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부산=뉴스1) 이기림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한국을 찾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셔틀외교를 정착시켜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함께 오가면서 공동의 발전을 기약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이시바 총리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한일정상회담은 76분간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오늘 정상회담은 한국과 일본만 서로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셔틀외교의 진수"라며 "한국과 일본은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이기도 하지만 제가 취임 100일 만에 무려 총리를 3번씩이나 봤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지금 서울에서 전용 기차를 타고 내려왔는데 아마도 총리가 일본에서 부산에서 날아온 게 거의 시간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시간이 짧았을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물리적으로 가까운 이 거리만큼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사회문화적으로도 안보상으로나 정말로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처음 봤을 때 한국과 일본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과 같은 관계라고 말했는데, 세상이 점점 어려워질수록 가까운 이웃 간에 정리와 교류가 정말로 중요하다"며 셔틀외교 정착을 강조했다.

이어 "총리에게 다음 셔틀외교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가급적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보자고 말했는데, 역시 총리가 지방상생에 특별히, 지역발전에 특별히 관심 있는 분이어서 그랬겠지만 흔쾌히 부산에서 양자회담을 할 수 있도록 동의해 준 데 대해서 각별히 의미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아마도 수도권 집중 문제이고 총리가 각별히 지역균형발전, 지방발전에 관심이 높은데 그 점은 저도 너무나 똑 닮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회문제부터 경제문제를 넘어서 안보문제, 더 나아가서는 정서적 교감도 함께하는 아주 가까운 한일관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며 "오늘의 정상회담이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어내는 주춧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오후 부산 금정구 시립공원묘지에서 2001년 도쿄 신오쿠보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의인' 이수현 씨 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9.30/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이시바 총리는 "부산은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출발한 곳이기도 하다"며 "조선통신사의 상징들은 활발한 인적교류의 힘이고 양국이 엄중한 환경 속에서 공동의 이익을 찾아내 협력을 추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답했다.

이어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의 60주년이 되는 해로, 조선통신사를 기리는, 그런 역사적으로 기리는 행사나 역사를 상징하는 행사도 이뤄졌다고 한다"며 "많은 분이 조선통신사가 얼마나 훌륭한지, 한국과 일본이 얼마나 가까운지에 다시 한번 감명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오늘 발표할 문서에 따라서 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 농업, 농수산물의 낮은 자급률, 에너지의 낮은 자급률 등등 공통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서로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며 양국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며 "양국의 과학기술 협력위원회도 재개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로 내각 총리로 취임한 지 365일이 된다"며 "저의 마지막 외교 마무리를 이렇게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을 대단히 뜻깊은 일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대단히 좋은, 가까운 위치관계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또 당일치기로 왔다 갈 수 있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한일 양국 간에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긴밀히 공조하면서, 빈번히 왕래하면서 교류하면서, 이렇게 매번 만날 때마다 셔틀외교의 성과를 낼 수 있게 앞으로 잘 노력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 오는 길 도중에서 이수현님 묘지를 참배했는데, 일본 도쿄의 한 역에서 위협을 무릅쓰고 일본인을 구하려다가 희생된 지 24년이 됐다"며 "이렇게 남을 위해서 본인의 생명을,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숭고한 뜻과 끝도 없는 그런 사랑에 대해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방일 일정 중에 이시바 총리로부터 '이시바 카레'를 먹은 것을 언급하며 "최고였다"고 말했고, 이시바 총리는 "칭찬해 줘서 대단히 영광"이라고 답했다.

이날 정상회담에는 한국 측에서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조현 외교부 장관, 이혁 주일대사, 임웅순 국가안보2차장 등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나가시마 아키히사 총리대신 보좌관, 초치미치 아키히로 총리대신비서관,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대사, 오카노 미사타카 국가안전보장국장, 타치바나 케이이치로 관방 부장관 등이 함께했다.

정상회담장은 한일 양측이 일자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12석씩 마주 보는 자리로 배치됐다. 테이블 중간에는 태극기와 일장기 깃발이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남색 줄무늬 넥타이를, 이시바 총리는 남색 정장에 푸른색 넥타이를 맸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 직전 누리마루 APEC 하우스를 둘러보며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당시 대통령이 각국 외빈을 맞이한 장소와 십이장생도 그림 등에 관해 소개받았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