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법체류' 주장에 美전문가들 "인권침해시 韓정부 강력 대처해야"
김기태 미 뉴욕주 변호사 "실제 불법체류 아니었다면 명백한 인권침해"
韓무역협회 "美서 받으라는 비자 정상 발급된다면 이럴 이유 없어"
-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미국 법률 전문가들은 미 당국이 대대적인 이민단속에 나서 조지아주(州)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직원 300여명을 구금한 것에 대해 인권이나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면 한국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적한 한국인 직원들의 '불법체류' 가능성에 대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공사 수행에 따른 불가피성에 대해 공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언론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미 당국의 이번 단속에 대해 "난 그 사건에 대해 (이민단속 당국의) 기자회견 직전에야 들었다"며 "내 생각에는 그들은 불법 체류자(illegal aliens)였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속대상이 된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데 대해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나 물건들을 팔 권리가 있다. 아시다시피 이것은 일방적인 거래(one-sided deal)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민 단속과 제조업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가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는 다른 나라와 잘 지내기를 원하고, 훌륭하고 안정적인 노동력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기태 미국 변호사(뉴욕주)는 7일 뉴스1과 통화에서 "미 이민국에 의해 체포된 인원들이 실제 불법체류자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퍼듀대학교 재학 중 올해 7월 비자 갱신 심리를 위해 뉴욕 이민법원에 출석했다가 ICE에 체포됐다가 5일만에 풀려난 한국 국적 유학생 고연수 씨 사례를 거론, "당시 고 씨를 체류 초과를 근거로 체포했었는데, 고 씨의 비자 기간은 올해 12월까지 유효했다. 지금까지도 체포했던 구체적인 이유가 명확히 공개가 안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수백명의 직원들을 불법 체류자 명분으로 체포했는데, 실제 모든 사람이 다 불법체류자겠느냐"면서 "만약 조사에서 불법체류자가 아니었다면 이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조만간 미 당국이 발표하는 것을 봐야겠지만, 한국 정부도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면서 "(미 당국이) 조사 결과를 빨리 발표하고, 만약 인권침해나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면 사과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미국 변호사(캘리포니아주)는 통화에서 "한국 기업은 물론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공장 설립에 필요한 숙련공들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라며 "기업들엔 시간이 다 돈이지 않느냐. 미국에 투자한 기업들은 최대한 공장을 빨리 짓고 생산해야 하는데, 미국 정부가 관련 비자 쿼터를 늘리거나 워크 퍼밋(취업 허가)를 제때 해주지 않는 데다 숙련공 육성도 하지 않으니 이런 상황까지 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미 당국의 단속에 조금이라도 권리 침해 소지가 있다면 한국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우 한국무역협회 워싱턴 지부장은 "미국 이스타(ESTA·전자여행허가) 비자로 들어와서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건 안 되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한국 기업 입장에서 보면 미국에서 받으라고 하는 비자가 안 나오고, 생산설비는 가동을 안 할 수가 없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미국에서 받으라고 하는 비자가 정상적으로 발급된다면 여행자 비자를 받고 들어와서 일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지부장은 "미국 제조업에 투자한 기업들은 한국 고급기술자들을 데려오기가 너무 어렵다.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의 마음은 모두 타들어 가고 있다"면서 "그 고급기술자들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사실 미국 제조업 재건도 안 되는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제조업 부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미 의회에 계류돼 있는 비자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숙련된 기술자들이 들어와야 제조업에 속도를 내고 미국인들을 숙련공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단속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이나 지지층을 위한 쇼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에 대대적인 단속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법과 원칙대로 했다고 하겠지만, 정치적 계산이나 자기 지지층에게 보여주기 위한 측면이 있지 않았겠느냐"면서 "그러나 이것은 앞으로 동맹국이나 외국 기업 투자에 있어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국내 한 대기업의 법무 담당 미국 주재원은 현지 극우 성향 정치인의 문제 제기 등으로 이번 단속이 이뤄졌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하며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일까지 미 당국이 문제 삼아 미국에 투자한 기업들을 이렇게 쑥대밭으로 만들면 앞으로 누가 미국에 투자하겠느냐"라며 "투자한 기업들도 고용 창출이고 뭐고 그냥 시간만 보내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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